최근 개봉한 김주호 감독의 ‘광대들:풍문조작단’은 실록의 기록을 모티브로 한 픽션영화다.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가 미담을 만들어 백성의 마음을 사려고 민심을 조작한다는 줄거리다.정이품송(松)에 미리 장치를 해놓고 세조의 행차시 나뭇가지를 들어올려 마치 하늘이 내린 임금임을 조작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이 같은 방식으로 대중의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시도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았다.

정치권력을 가진 엘리트가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으면서 대중을 조종해 정치·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사회통제방식을 대중조작이라고 한다.정치권력을 유지,관철하기 위해서는 합의에 의한 동조와 복종이 필요했다.이를 위해 대중조작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반대세력의 결합을 저지했던 것이다.

그동안 대중조작은 주로 대중매체에 의해 이뤄졌다.그러나 개인 미디어 시대에 이르러서는 형태도 다변화되고 또한 일상화 됐다.일부 엘리트에 의한 대중조작은 대중속에서 여러형태로 진행되고 그 영향 또한 엄청나게 커져 통제불능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대중조작의 일상화는 동시에 여론의 자정기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대중 스스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지난 달 27일부터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조국 힘내세요’가 1위에 오르더니 ‘조국 사퇴’도 상위에 랭크됐다.이후 1위는 줄곧 ‘가짜뉴스 아웃’ ‘한국언론 사망’ ‘정치검찰 아웃’ ‘보고싶다 청문회’ ‘법대로 임명’ 등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내용이 차지했다.실시간 검색어 운동은 자신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지지층의 결집과 특별한 의견이 없는 중간층을 설득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일종의 ‘밴드웨건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가 대중매체를 이용해 대중조작을 했다면,이제는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와 다양한 매체를 통한 그들만의 방식으로 여론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다수에 의한 대중조작 시대인 것이다.동시에 대중의 힘으로 거짓을 배척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자정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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