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본회의 상정 안 돼, 세종시의회는 본회의서 보류

조선인 강제동원을 자행하고도 공식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은 일본 전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취지의 조례 제정이 일사천리로 추진되다가 갑자기 주춤하는 분위기다. 조례안에 명시된 전범 기업이 광범위하고, 공공 구매를 제한해야 할 제품 품목이 불확실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충남도의회는 상임위원회가 가결한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6일 열린 제314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폐회했다.

조례안의 내용을 좀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10일 제5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상정된 같은 내용의 조례안 의결을 보류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조례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의결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례안이 이미 가결된 곳도 있다. 서울, 부산, 강원, 충북 지역의 시·도의회는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집행부의 조례 공포 절차만 남아 있다. 서울시는 시의회 판단을 존중, 조례 공포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산시와 강원도는 다른 시·도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충북도 역시 조례 공포 절차를 밟기에 앞서 심사숙고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 조례안에 담긴 전범기업의 범위는 꽤 넓다. 대일 항쟁기 때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피해를 준 기업은 물론 이들 기업의 자본으로 설립됐거나 이들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 포함된다. 이런 기업을 흡수 합병한 기업도 해당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조례안 발의가 시작됐지만 전범기업의 범위가 막연할 정도로 넓다”며 “이들 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인들까지 피해를 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조례안 적용 대상에는 지자체·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출자·출연기관도 포함된다. 이들 기관의 공공 구매마저 강제로 제한한다면 자칫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 노동력을 착취했던 전범 기업은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하지만 공공구매 제한을 조례로 명문화할 때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도록 문구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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