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민족의 대이동’으로 표현되는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을 ‘민심을 알 좋은 기회’라 여기고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특히 총선을 1년도 안남긴 데다가 ‘조국 이슈’가 전국을 뒤덮은 올해 같은 추석에는 여야 정당들이 주도권을 잡기위한 치열한 여론전을 벌인다.

지난 10일부터 ‘조국 사퇴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5일에도 국회 본관앞 계단에서 ‘추석민심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면서 이슈를 이어가려 애쓰고 있고,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가진 추석 민심보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은 조국의 블랙홀을 넘어서기를 희망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국면전환을 노리고 있다.

중앙 정치권과 달리 추석연휴기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에게는 지역의 선거구 조정 여부와 누가 출마하는지가 관심사였다.최근 논란이 되는 ‘국방개혁 2.0’에 따른 군부대 해체 문제와 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오색 케이블카 승인 여부 등도 가족이나 친지의 주요 대화소재였다.이때문에 정치권 뿐만 아니라 언론들은 추석 민심을 전하기 위해 총선 입지자들의 프로필을 지면에 게재한다거나 여론조사를 보도하곤 한다.

실제로 이런 추석 민심은 몇해전까지만 해도 여론의 향배를 좌우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2001년에는 노무현 후보가 추석을 분기점으로 다시 부상해 대통령에 당선됐고 대선을 1년 앞둔 2006년 추석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박빙이던 박근혜 후보를 제치면서 ‘본선같은 예선’을 통과했으며 2011년에는 안철수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차례를 지내기 보다는 여행을 떠나고 카카오톡 등 SNS로 정보를 교환하는 세상으로 변하면서 추석 민심의 중요도는 예전같지 않아졌다.오히려 추석민심을 분석한 빅데이터라며 여론을 조작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디지털매체를 통한 ‘가짜뉴스’가 횡횡하면서 민심을 호도하고 있는 형국이다.‘밥상머리 여론’으로 대변되던 추석민심의 효용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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