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단편영화 제작 교육>>
대본·촬영·편집 전 과정 참여
이주여성 삶·고민 공감대 형성
세대공감 역사기행>>
DMZ·독립운동 유적지 등 방문
문화격차·자녀와 유대감 개선

▲ 노무라 유우코 작 영화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스틸컷.
▲ 노무라 유우코 작 영화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스틸컷.

그야말로 ‘다문화 세상’이다.전국가구 30만 시대.강원도내 다문화가구도 8000여가구에 이른다.하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7년 도내 다문화 혼인이 519건인데 비해 이혼이 247건에 달하는 등 해체 속도도 빠르다.이유와 배경이 무엇이든 우리 곁에 온 이방인들이 진정한 이웃으로 녹아들수 있도록 돕는 일이 지역의 사회적,문화적 과제가 됐다.최근 도내에서는 그 역할을 영화와 역사기행이 담당하고 있다.영화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이주민에 대한 사회인식을 개선에 주체적으로 나서는 여성들이 생겨나고,전문기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도 인문학적 관점에서 다양화되는 추세다.

▲ 한빙암 작 영화 ‘공자 왈’ 스틸컷.
▲ 한빙암 작 영화 ‘공자 왈’ 스틸컷.

■ 단편영화로 세상소통

이달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는 제13회 이주민영화제가 열렸다.춘천에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의 시각을 담은 단편영화 4편이 상영되는 자리였다.이번 영화제에 참가한 이주 여성들은 지난 7월부터 두달여간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 도심교육장에서 단편영화 제작교육을 받았다.이들은 수업에서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작성법,촬영실습,단편영화 기획,촬영장비 사용법 등을 배우고 실전에 돌입했다.시나리오부터 촬영,편집까지 모두 직접 해야하는 만큼 긴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작업.이때문에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도 교육장에 모여 땀흘려 영화를 완성했다.첫 수업에는 모두 11명이 참여했으나 생업과의 병행에 어려움을 느낀 3명이 중도에 포기했고,남은 8명 중 4명만이 작품을 완성할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이들은 영상을 통해 새로 정착한 대한민국,강원도에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을까.

▲ 이주민여성들이 단편영화 제작을 위해 촬영장비를 배우는 모습.
▲ 이주민여성들이 단편영화 제작을 위해 촬영장비를 배우는 모습.

노무라 유우코 씨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에는 악화되는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일본 이주민의 고민이 담겼다.한국에 온지 30년이 훌쩍 넘은 노무라 유우코 씨.여느 성인보다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길지만 어눌한 말투 때문에 이방인으로 취급받기 일쑤다.3·1절이나 현충일,광복절 때마다 외출을 삼갔던 그는 국내 반일감정이 최고조에 오르고 있는 요즘 걱정이 더욱 크다.하지만 최근 정세와 상관없이 그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한국을 수호한 이들의 은혜를 되새기는 방법을 택했다.올해 초 ‘유관순 열사 정신선양 대행진’에서 일본인 대표로 사죄문을 읽고 6월부터는 춘천에 거주하는 재한일본인들과 춘천대첩기념평화공원,에티오피아 참전비 미화봉사를 시작하기도 한 그는 “영화를 통해 한일 간 화해의 다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영화를 완성한 수강생도 있다.중국 출신 한빙암 씨는 지난 해 한국 유기견의 실태를 담은 영화 ‘잃어버린 목줄’로 평창평화위원회가 개최한 2018평창평화영화제의 ‘2018공존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올해 완성한 작품 ‘공자 왈’은 ‘배움에 만족하지 않고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자아를 찾아나선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10여년 전 학업을 위해 찾은 춘천에 정착하게 된 그는 2014년부터 중국어 학습지 개인교습 일을 시작했지만 선생님이 아닌 보육교사 취급에 회의감을 느낀다.그는 중국어 전문강사가 되기 위해 국제중국어교사자격증을 취득하고 강원대 공자아카데미에서 일하며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한다.영화는 존중받지 못했던 당시로 돌아가지 않고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해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가볍지 않은 이야기지만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유쾌하게 편집돼 눈길을 끈다.

▲ 제13회 춘천 이주민영화제.
▲ 제13회 춘천 이주민영화제.

이밖에 한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준 반려견 이야기를 담은 왕지아 씨의 ‘나와 또또’,니이쿠라 키요미 씨의 ‘스무해 동안의 이야기’ 등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빙암 씨는 “한국에 살며 직접 보고 느낀 많은 생각들을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어 단편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영화로 사람들에게 생각이 전달되며 함께 공감해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기회가 된다면 사회문제도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 지난달 진행된 광복절 여행 프로그램 모습.
▲ 지난달 진행된 광복절 여행 프로그램 모습.

■ 역사기행으로 세대공감

춘천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문화적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이주여성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19일부터 한국 분단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자녀와의 유대감 형성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 ‘파주 넘나들이’가 진행된다.남북 출입경 체험과 남방한계선 방문,DMZ 생태탐방로 걷기 등을 통해 6·25 전쟁과 그 폐해를 이해하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의 소속감을 갖게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31일에는 광복절을 맞아 평창,강릉 등으로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진행된 송편빚기 체험도 진행됐고 공직선거 투표권 행사를 위한 다문화가족 선거교육과 가족갈등 방지를 위한 부부 및 아빠 교육,이중언어 활용 교육 등 프로그램 대상과 분야도 다양하다.

센터 관계자는 “자녀들이 자신보다 한국에 대해 모르는 엄마를 무시하는 경우가있다”며 “여행 프로그램을 통한 문화적 격차 해소와 부모자녀 간 관계 개선이 중요한만큼 이를 돕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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