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어 춘천에…한국 기업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박차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 내년까지 한국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오라클 오픈 월드 2019’에서 이 같은 클라우드 사업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오라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시장의 강자이지만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에 이어 오라클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각종 소프트웨어나 앱, 저장공간 등을 제공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관리하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각자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서버를 구축해 이를 직접 관리하는 구축형(on-premise) 서비스로 운영됐지만, 많은 기업이 이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확장은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공격적 투자를 통해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엘리슨 회장은 현재 전 세계 16개 지역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내년까지 36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시장 1위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25개보다도 더 많은 숫자다.

한국에는 올해 5월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문 연 데 이어 춘천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개소하기로 했다.

탐 송 한국오라클 사장은 “한국은 기업 클라우드 시장이 지금 막 열리려고 문이 조금 열리는 수준”이라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클라우드 시장이) 시작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성장 여지가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사장은 한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이 지닌 강점으로 많은 기업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송 사장은 “오라클의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돌고 있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게 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며 “오라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면 대규모의 데이터베이스가 안전하게 클라우드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 DB는 규모가 방대하지만 저마다 플랫폼 체계가 달라 이를 다른 회사의 DB 플랫폼으로 이전하는 데 길게는 수년이 소요된다. 이전 이후에도 오류 등의 위험성이 있다.

오라클이 지난 6월 경쟁사 MS와 클라우드 사업에서 연합하겠다고 발표한 ‘멀티 클라우드’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사업 전략이다. 기존에 오라클을 통해 구축한 DB를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업으로선 대규모 DB 이전의 리스크나 비용 부담을 떠안고 싶지 않다는 데 착안해 ‘적과의 동침’을 택한 셈이다.

오라클과 MS는 미 버지니아주 애쉬번에서 이런 클라우드 통합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 영국 런던에서도 협업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미국 서부와 정부 기관, 아시아, 유럽 등으로 멀티 클라우드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오라클에 따르면 국내 기업 DB 시장의 60%를 이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이를 교두보 삼아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엘리슨 회장은 이날 무기한 무료 서비스 ‘올웨이즈 프리’ 오라클 클라우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앱 개발자나 학생, 기업 고객 등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해볼 수 있는 것이다.

2개의 클라우드상 CPU(중앙처리장치)와 40GB의 저장공간, 앱 개발 도구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AWS 등 경쟁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1년으로 기한이 제한되고 내용도 이보다 적은 것에 견줘보면 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 한 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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