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축장(生覺祝場) 2019]
마임배우·설치미술가·화가
장르 불문 예술가 모여 기획
생각마당 열고 공연·전시
“유쾌한 생각 자유롭게 공유”

▲ 마임배우 이정훈이 거미줄처럼 얽힌 생각과 관계들을 형상화한 참여형 구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마임배우 이정훈이 거미줄처럼 얽힌 생각과 관계들을 형상화한 참여형 구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꽃들고 싸울 생각 있으면,가두어놓은 생각 있으면,거꾸로 생각 있으면 와요”

마임배우와 설치미술가,클래식 연주자와 화가,전위무용가에 사운드 아티스트까지 장르를 불문한 예술가들이 춘천의 한 지하 전시실에 모였다.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생각축장(生覺祝場) 2019’.일반 전시나 공연과 달리 주최나 주관기관이 없다.주최주관 모두 ‘참여작가 공동’,기획과 연출도 ‘참여작가 공동’이다.지자체 지원 없이 ‘유예되고 방치된 예술가’와 시민들의 생각들을 모으겠다는 것을 기본 구상 삼아 올해 처음 시작했다.‘시청각 예술의 공간확장’이자 ‘생각의 장을 통해 예술가의 축을 조정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시작된 첫번째 작가의 생각마당은 마임배우 이정훈이 시작했다.남자가 구겨진 신문지를 셀로판 테이프로 몸에 칭칭 감는다.거미줄 같은 구조물 사이에 갇힌 상태다.신문을 붙이는데 관객들도 달라붙었다.온몸이 신문으로 뒤덮인 채 만세,악수하는 시늉,손가락질 같은 것을 하더니 배경음악을 직접 바꾼 후 신문지를 뜯어내기 시작했다.몇번의 강한 발구름 끝에 겨우 벗어난 신문더미들을 그러모아 놓고 관객들을 응시하는데 이번에는 줄이 걸린다.줄의 장력과 힘겹게 싸워가며 그대로 돌진,줄을 모두 끊어낸 후에야 퍼포먼스는 끝이 났다.

다음 공연.맨발로 돌 2개를 이고 뒤돌아 서있는 남자 옆에 또다른 남자가 섰다.돌을 머리에 얹은 이는 쿠바 출신 전위무용가 길레르모 루이스 호르타(Guillermo Luis Horta).머리에 올린 돌을 두드리며 쪼는 듯 하더니 춤추는 듯한 모양새로 전시실을 휘저었다.돌을 관객들 머리에 올리거나 건네면서 돌의 질감을 느끼도록 했다.돌로 만드는 단순한 리듬과 추임새 만으로도 전시실의 흥이 금세 올랐다.이한주의 유물레플리카 전시와 결합한 퍼포먼스다.이 작가는 작품설명에서 “고대부터 쓴 돌이라는 툴(tool·도구)의 특성과 쓰임새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했다.호르타씨는 “기획의도를 듣고 기쁘게 참여했다.전시된 돌을 보고 고대의 어떤 마을과 조상들을 상상했다”며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나눴다”고 했다.

생각마당의 배턴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마이미스트 유진규가 이어받았다.그는 ‘세상은 요지경’ 곡을 배경음악 삼아 “요즘 정말 어느 게 진짜인지 모르겠다.조국이 진짜냐,윤석열이 진짜냐.알수가 없다”고 하더니 걸음을 뗐다.자신을 포함해 주위 모든 것들의 실체를 의심해 보는 시간.팔과 다리를 엇갈리면서 한걸음씩 진짜,가짜를 반복하며 만드는 걸음걸이에 관객들이 숨죽였다.이어 뉴질랜드 개념 음악가 샘 롱모어(Sam Longmore)의 공연 등이 전시실을 한바퀴 돌며 차례로 이어졌다.무질서 해보이는 듯 싶지만 정확한 순서와 시간에 따라 진행됐고,참여작가와 관객들간 존중이 있었다.이밖에도 변우식 화가의 그림,키네틱아티스트 김철민 작가의 설치미술품,정현우 작가의 글그림편지 등이 곳곳에 배치됐다.

사운드스케이프와 시민강연 등으로 꾸며진 생각축장은 19일 참여자와 시민들의 비평·조언,20일 다음 주제어 도출과 동네 석학,예술가 추천으로 마무리된다.자신을 ‘그냥예술가’라고 밝히고,대형 라이브드로잉을 진행하는 전형근 작가는 “지원이나 진부함을 배제했다.예술가와 시민들이 유쾌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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