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비루해 막바지여도 놓고 싶지 않은 것들,다시말해 건드려지지 말아야할 ‘역린’이 누구에게나 있다.역린은 상대방에게 분노이상의 화를 돋우는 것을 말한다.어떤 사람은 자존심의 손상을 못참고 누구는 도덕성이 침해받으면 분노하는 것처럼 양보안되는 최후 보루는 개인마다 다 다르게 존재한다.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 송강호는 주인집 가장 이선균이 ‘가난한 것들에게서는 특유의 이상한 냄새가 있어’하고 능멸하자 칼을 들고 돌진해 살해한다.가난해서 당해야만 하는 모멸감이 송강호의 역린인 셈이었다.

고 배우 신성일이 생존시 폐암치료차 머무르고 있던 요양원비용을 묻는 기자에게 ‘엄앵란이 다 내주었어’하고 말했다.이에 대해 딸 강수화씨는 엄마 엄앵란은 배우 신성일은 역사에 기록될 대배우이기 때문에 VVIP 특실에서 대우받고 돌아가셔야 한다고 늘 말했다고 전한다.대스타는 끝내 멋있어야한다는 것이 엄마의 신념이라는 것이다.결국 엄앵란에게는 남편 신성일이 대배우 명성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상황 그것이 역린인 것이다.

청문회에 나선 임용후보자들은 가족이 다칠 상황이 되면 진퇴를 고뇌한다.대부분 사람들에게 가족은 건드려지면 죽음도 불사할 역린인 까닭이다.딸의 입시 스펙 몇가지가 거짓으로 의심된다며 연일 보도되는 당시에도 꿋꿋한 조국 후보자를 보면서 그에게 딸의 낙인은 역린이 되긴하나 궁금했다.하긴 밝혀진 작금의 정황을 보면 조국 장관을 포함 그의 가족은 범상치않은(?) 생존능력이 있어 보인다.어쩌면 조국 장관 가족들은 이정도 수모쯤은 별거 아니라며 각자도생을 다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최근 ‘아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이름’이라는 책을 발간했다.단어 ‘아빠’가 함의하는 역할이 ‘무거운’이라는 책임감과 중량감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 고개 끄덕이게한다.가족이 힘들게 당하는 것을 역린으로 여기는 가치관도,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도 모든 아버지가 실천하는 것이 아니었다.조국 장관에게는 가족보다 완장을 차지 못하게 되는 것 그것이 역린이었다.

조미현 교육출판국장 mihyunc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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