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정 절차·규정 확인 미흡
접경지 문화예술 활성화 제동
강원락페 2회 개최도 불투명
인제군 “신규행사 수의계약 안돼 성급히 추진… 아쉽다”
축제조직위 “출연료 5억원 피해 입어 군, 해결책 제시 없어”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 홍보포스터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 홍보포스터

오는 4∼6일 인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이 전격 취소됐다.해당 페스티벌은 도비와 인제군비 각 3억 5000만원씩 7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공연이었지만 행사를 공동주최하기로 했던 인제군이 절차상 문제 등으로 공연 기획사에 진행 불가입장을 통보한 것.

올해 처음 기획된 인제 폴인뮤직페스티벌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Steve Barakatt)’과 세계적인 애시드 재즈밴드 ‘브랜 뉴 헤비스(Brand New Heavies)’,‘제프 버넷(Jeff Bernat)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출연이 확정되면서 국내 재즈와 클래식,크로스오버 음악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대형 음악이벤트로 준비됐었다.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 홈페이지의 취소 안내문.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 홈페이지의 취소 안내문.

인제 폴 인 뮤직 페스티벌 조직위는 “페스티벌의 공동주최를 약속했던 인제군으로부터 해당 공연에 대한 개최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며 “공연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자 방법을 강구했으나,인제군은 일방적 통보 이외에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조직위는 이번 행사를 취소하고 관객 여러분께 이 상황을 안내해드리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발표했다.통보는 개최 한 달전쯤인 지난달 초 이뤄졌다.공연 업체인 콘텐츠아이디 측은 통상적인 계약의 조건으로 아티스트 출연료의 절반을 이미 지불,약 5억여원의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관객들이 예매한 티켓은 일괄 취소,전액 환불처리하기로 했다.하지만 군과 업체는 정식 계약서도 마련해 놓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돼 이후 피해 보상 또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브랜 뉴 헤비스.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브랜 뉴 헤비스.
이번 상황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군과 업체 모두 시기적으로 무리하게 페스티벌을 추진한 측면이 있었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인지하기에 늦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군은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국도 44호선 이용객 감소와 지난 봄 닥친 대형산불 피해 등 지역에 겹친 악재들을 타개하고 활기를 불어넣을 대안으로 뮤직 페스티벌을 선택했다.대형 뮤직페스티벌을 잇달아 열어 음악 힐링 도시로서의 지역 브랜드를 키워보겠다는 구상이었다.지난 해까지 열렸던 바퀴축제 폐지의 대안이기도 했다.이에 따라 폴인뮤직페스티벌 개최를 위한 예산이 지난 7월 도의회 의결까지 받았으나 문제는 이후 불거졌다.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계약 절차상 문제다.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스티브 바라캇.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스티브 바라캇.
공연사가 기존 상표권을 가지고 있었던 고유 브랜드 ‘그린플러그드’가 아닌 새로운 브랜드의 ‘인제 폴인뮤직 페스티벌’로 새로 기획해 진행,지방계약법상 신규 행사에 대해서는 수의계약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지난 8월말 인제군의회의 추경 심사 과정에서 특정업체 수의계약 위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예산을 절반 지원하는 강원도에서도 기존 공연 브랜드를 통한 진행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때문에 기획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절차와 규정 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성급히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이번 공연의 전격 취소에는 같은 공연 기획사에서 지난 8월 중순 인제에서 개최한 ‘강원락페스티벌’도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도 나온다.콘텐츠아이디는 국내 최고의 정통 록음악 페스티벌을 표방한 ‘강원락페스티벌’을 개최,국내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국내 최고의 록페”라는 평가를 받았다.최근 국내 유수의 록페스티벌들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정통 록과 메탈 장르만으로 진행했고,공연 이후에도 참여 아티스트 사진과 세트리스트 공개까지 이어가는 팬서비스를 통해 운영 측면에서도 호평받았다.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제프 버넷.
▲ 인제 폴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제프 버넷.
하지만 관객 평가와는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목표 관객에 못미치는 흥행 부진을 겪었다.당초 페스티벌 측과 인제군은 강원락페가 열리는 사흘간 관객 1만명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절반 가량인 5000여명에 머물렀다.군 입장에서는 경제적 효과를 내세워 페스티벌 개최를 관철시키거나 지역 여론을 설득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서 2달여 뒤 예정돼 있던 폴인뮤직페스티벌 취소의 또 다른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때문에 내년도 강원락페스티벌의 2회 개최 또한 현재로서는 불투명해져 아쉬움을 사고 있다.관람객 오상연(28)씨는 “강원락페스티벌을 워낙 재미있게 즐긴터라 10월에도 인제에서 음악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주말 일정을 비워뒀었는데 안타깝다.국내에서 보기 힘든 세계적 아티스트들을 볼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접경지역 문화예술분야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지원했던 강원도 입장에서도 매우 아쉽다는 반응이다.이미 편성됐던 도 예산은 정리추경을 통해 삭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인제군은 앞으로 진행할 음악 페스티벌의 경우 경쟁입찰을 진행,절차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군 관계자는 “초기부터 잘 추진하기 위해 준비해 왔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어 아쉽다.장기적 안목 아래 시간을 두고 검토할 수 있는 단계를 거쳤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음악 등 문화행사를 통한 지역 활성화 방안을 다시 찾겠다”고 말했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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