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사망·이재민 267명, 주민 155명 일시 대피·고립 51명 구조
침수, 정전, 도로 유실 등 재산피해 속출…물난리에 도심 기능 마비

▲ 태풍 피해 덮친 삼척 신남항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삼척에 폭우가 쏟아진 3일 원덕읍 신남항에 피해가 발생했다. 2019.10.3     b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삼척에 폭우가 쏟아진 3일 원덕읍 신남항에 피해가 발생했다. 2019.10.3

제18호 태풍 미탁 영향으로 강원 삼척, 동해, 강릉 등 동해안에 5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밤사이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70대 노인 1명이 주택지 사면붕괴로 숨지고, 40대 중국 근로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는 등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주민 267명은 하룻밤 사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155명은 무섭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주택, 도로, 농경지 등 어느 곳 할 것 없이 물에 잠기면서 도심은 제 기능을 잃었다.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삼척에 폭우가 쏟아진 3일 원덕읍 신남마을에 토사가 흘려내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2019.10.3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삼척에 폭우가 쏟아진 3일 원덕읍 신남마을에 토사가 흘려내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2019.10.3

◇ 아닌 밤중에 시간당 100㎜ 폭우…인명피해 속출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1분께 삼척시 오분동의 한 주택지 사면이 무너져 토사가 김모(77·여)씨 집을 덮쳤다.

이 사고로 김씨의 집 벽이 무너지면서 안방에서 잠을 자던 김씨가 장롱에 깔렸다.

사고 직후 119구조대가 출동해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삼척 노곡1길, 삼척로 주택에서 침수로 고립됐던 송모(86)씨 등 주민 3명은 저체온증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날 낮 12시 12분께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 송어양식장 인근에서 40대 중국 근로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이재민도 삼척 36가구 93명, 강릉 37가구 80명, 동해 78가구 94명 등 151가구 267명이 발생했다.

장대비를 피해 일시 대피한 인원도 삼척 75명, 강릉 50명, 동해 30명 등 155명으로 집계됐다.

밤사이 쏟아진 폭우에 강원도소방본부에는 “물이 집안에 차서 대피 중이다”, “차에 갇혔는데 물살이 거세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등 도움을 요청하는 긴박한 신고가 쇄도했다.

강원소방은 현재까지 폭우에 고립된 주민 51명을 구조하고, 주택과 도로 등에서 219건에 대해 안전조치를 했다.

▲ 삼척에서 산사태로 매몰된 70대 구조     (삼척=연합뉴스) 3일 새벽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강원 삼척시 오분동 인근에서 산사태가 나 소방대원들이 매몰된 김모(77·여)씨를 구조하고 있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2019.10.3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3일 새벽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강원 삼척시 오분동 인근에서 산사태가 나 소방대원들이 매몰된 김모(77·여)씨를 구조하고 있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2019.10.3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 폭우에 고립된 주민 구조하는 소방대원들     (삼척=연합뉴스) 3일 오전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4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진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에서 소방대원들이 고립된 마을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2019.10.3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3일 오전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4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진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에서 소방대원들이 고립된 마을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2019.10.3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 폭우로 정전된 삼척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3일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강원 삼척에 400㎜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삼척 원덕읍 복지회관에 정전이 발생해 대피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2019.10.3     b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3일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강원 삼척에 400㎜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삼척 원덕읍 복지회관에 정전이 발생해 대피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2019.10.3

◇ 침수, 정전, 도로 유실…재산피해도 심각

폭우로 주택과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정전 사태도 속출했다.

삼척 일대 주택 38채가 침수되고, 동해와 강릉에서도 각각 주택 10채와 3채가 물에 잠겼다.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 인근에서는 하천물이 크게 불어나 임원 2교 인근 둔치가 침수됐다.

도계읍 상덕리와 오분동 등 749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해 이날 오전 8시께 복구될 예정이었으나 복구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근덕면 교가리와 원덕읍 노고리에서는 6천605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해 복구됐으며, 동해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1천642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침수와 유실로 인한 도로 통제도 잇따랐다.

특히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7번 국도에서 도로 유실 또는 침수가 5건이 발생해 두 곳은 복구가 완료됐으나 삼척시 장호 터널과 강릉시 옥계면 주수리·산성우리 도로는 복구가 한창이다.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와 노경리 등 416번 지방도 2곳도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강릉시 교동과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에서도 토사가 쏟아져 내려 해가 뜰 무렵 임시복구가 완료됐다.

경포대초등학교가 침수되는 등 동해안 8개 학교에서도 태풍 피해가 발생해 교육 당국이 수업 가능 여부를 확인하며 학사일정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

▲ 태풍에 발 묶인 시내버스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3일 오전 강원 강릉시 도로 대부분이 침수돼 송정동 차고지에 시내버스가 발이 묶여 있다. 강릉시는 재난 문자를 통해 시내버스 전체 운행 불가를 알리고, 차량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2019.10.3     dm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3일 오전 강원 강릉시 도로 대부분이 침수돼 송정동 차고지에 시내버스가 발이 묶여 있다. 강릉시는 재난 문자를 통해 시내버스 전체 운행 불가를 알리고, 차량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2019.10.3

◇ ‘물에 빠진 듯’ 처참할 정도로 마비된 도심

날이 밝으면서 드러난 태풍 피해는 처참할 정도로 심각했다.

강릉 시내 주요 도로와 주택가 도로는 흙탕물이 넘실거렸다.

집을 나선 시민들은 자동차 바퀴 높이 가까이 찬 흙탕물을 탈출하느라 애를 먹었고, 도로는 빗물로 가득해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경포해수욕장 인근 진안상가 주변은 밤사이 쏟아진 폭우로 거대한 황톳빛 호수로 변했다.

강릉 지역 대부분 도로가 물에 잠겨 시내버스 108개 노선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강릉커피축제가 열릴 예정이었던 강릉아이스아레나에도 빗물이 밀려들어 관계자들이 배수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삼척 역시 거의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원덕읍 신남마을에는 가재도구와 어구부터 자동차까지 빗물에 둥둥 떠다니고, 주변 바다에는 거대한 흙탕물 띠가 생겼다.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과 마을을 뒤덮일 정도로 쏟아진 토사는 복구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이장은 “도로가 하천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급류로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일부 저지대 주민은 물이 집안까지 들어차 의자 위에 올라 서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 물에 잠긴 강릉 도로     (강릉=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3일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강릉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경포호수 인근 진안상가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2019.10.3     mom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3일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강릉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경포호수 인근 진안상가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2019.10.3


◇ 삼척 궁촌 시간당 129㎜ 기록적 폭우…태풍 영향권 벗어나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정오까지 내린 비의 양은 삼척 궁촌 488.5㎜, 삼척 389㎜, 강릉 368.5㎜, 동해 367.7㎜, 미시령 206.5㎜, 대관령 156.8㎜ 등이다.

특히 태풍 미탁은 삼척 궁촌에 기록적인 물벼락을 쏟아부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 16분부터 오후 11시 15분까지 궁촌의 ‘60분 단위 강수’는 129㎜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 주암이 기록한 시간당 강수 역대 최고치인 14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존과 비교해 손꼽히는 기록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다만 삼척 궁촌은 관리자 없이 무인으로 측정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 측정된 기록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오전 들어 도는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기상특보 대부분 해제됐다.

예상 강수량도 3일까지 영동 20∼60㎜, 영서 5㎜ 안팎으로 하향 조정됐다.

기상청은 “해안 저지대에는 5일까지 침수 피해가 우려돼 침수피해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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