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폭우에 쓸려온 토사·나무로 뒤덮여…“이런 물난리 난생처음”
마을 입구인 옛 7번 국도로 시뻘건 흙탕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옛 국도 위쪽 산 아래 옹기종기 자리 잡았던 새마을 동네는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와 나무들로 뒤덮였다.
애랑의 슬픈 전설을 그린 마을 입구 옹벽 벽화 위로도 황톳빛 빗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국도 아래 신남마을은 더 처참한 모습이었다.
마을 한가운데를 잔잔히 흐르던 복개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복개천을 따라 빨강, 파랑 등 원색 지붕을 자랑하던 집 대부분은 토사에 반쯤 묻혀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마실 다니던 사잇길은 거센 물결이 흐르는 계곡으로 변해버렸다.
마을 사잇길 곳곳에는 차들이 뒤엉킨 채 토사 깊숙이 박혀 있었다.
마을 앞 푸른 바다 배경에 빨간 등대로 유명한 신남항은 폭격을 맞은 듯했다.
부두에 가지런히 정리해 둔 어구는 대부분 사라졌고, 어선들은 거센 파도에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포구 가운데는 폭우에 떠내려온 승용차가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원덕읍에는 2일부터 3일 오전 8시까지 341㎜에 이르는 물벼락이 쏟아졌다.
1시간 최대 강수량도 83㎜를 기록했다.
많은 비가 짧은 시간에 쏟아지면서 3일 오전 1시께 새마을 동네 뒷산이 무너져 내렸다.
폭우에 무너져 내린 엄청난 양의 토사와 나뭇더미는 신남마을을 순식간에 덮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빠른 대피로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피한 주민들에게 지난밤은 길고도 긴 악몽의 시간이었다.
방금숙(68) 씨는 “23세 때 시집온 후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는다”며 “3살배기 손주를 담요에 싸서 창문을 타고 넘어 대피하던 지난 밤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이 떨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