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가브라스 “유럽에는 박찬욱만 한 감독 없어”

▲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대화하는 박찬욱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박찬욱 감독(왼쪽)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오픈토크를 하고 있다. 2019.10.6     scap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박찬욱 감독(왼쪽)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오픈토크를 하고 있다. 2019.10.6

“제 필생의 프로젝트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박찬욱)

“유럽에는 박찬욱 감독만 한 감독이 없죠.”(코스타 가브라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이곳에서는 거장과 거장의 만남이 이뤄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과 최근작 ‘어른의 부재’를 들고 10년 만에 부산을 찾은 그리스 출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함께 ‘코스타 가브라스 앤(&) 박찬욱 오픈토크’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1933년생으로 올해 86세 고령에도 영화를 만들고 있는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그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만든 두 번째 장편 ‘제트’(1969)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계엄령’(1972), ‘의문의 실종’(1982),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2005), ‘캐피탈’(2012) 등 수많은 영화를 연출했다.

▲ 부산영화제 참석한 박찬욱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토크 행사에서 박찬욱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6     scap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토크 행사에서 박찬욱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6


박찬욱 감독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에 대해 “잘 아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제가 필생의 프로젝트로 꼭 만들려고 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액스’인데,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님이 먼저 프랑스어로 만드셨고 판권을 갖고 계시죠. 저는 영어 영화로 만들려고 하는데, 감독님과 감독님 부인이 제 영화의 프로듀서가 됐죠. 아직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꼭 만들 것이고 제 대표작으로 삼고 싶은 영화입니다.”

박 감독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들에 대해서는 “과연 한 명의 감독이 만든 작품인가 할 정도로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의문의 실종’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제가 대학 졸업할 무렵에 이 영화를 봤는데, 칠레 군사 독재정권 하에서 어떤 만행들이 저질러졌는지를 한 아버지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묘사하는 모습이 한국의 정치 상황과 많이 겹쳐졌어요.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이 울면서 봤던 영화이기도 하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도 박찬욱 감독 영화에 대해 “모두 다른 감수성과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고 칭찬하며 “유럽에는 이런 감독이 없다”고 박 감독을 치켜세웠다.



“‘올드보이’(2003), ‘박쥐’(2009), ‘스토커’(2013), ‘아가씨’(2016) 등 네 편만 봐도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는지 놀랍습니다. 특히 ‘올드보이’ 같은 경우는 주제가 폭력이지만, 정말 깊으면서도 내재한 폭력이면서 너무 멋진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아가씨’는 완전히 다르면서 세밀한 감수성이 있고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에 초청된 ‘어른의 부재’는 그리스 경제 위기와 관련해 2015년 그리스 정부와 유럽 연합 간 갈등을 극화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장면이 유로그룹 회의실에서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회의 중 날카롭게 대립하는 장면이 상당수다. 관련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다소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리스가 처한 상황을 수 분간의 군무 장면으로 표현한 마지막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어른의 부재’에 대해서 박 감독은 “깜짝 놀랐다”는 평을 내놨다.

“20대 감독의 영화가 아닐까 싶을만큼 비판 정신이 날카롭고 에너지과 화산처럼 터질듯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흔히 예술가들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다 이해하고 용서한다고들 하는데,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아직도 용서가 없구나 싶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박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군무 장면에 대해서는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젊었을 적 무용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결말 부분이 이해된다”며 “마무리를 위해서는 다른 논쟁이 필요할 것 같았는데, 신체의 움직임과 음악만으로 깔끔한 마무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한국 영화에 대해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고유한 특징이 있다”면서도 “새로운 세대에서 여성 감독들이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적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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