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인 논설위원

▲ 진종인 논설위원
▲ 진종인 논설위원

벌써 10년전 일이다.당시 이광준 춘천시장이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춘천시청을 출입하면서 지켜본 이 시장은 까칠하기는 했지만 청렴결백한 공무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폐기물처리시설 공사와 관련된 업체 대표로부터 4000만원을 받아 복지단체와 연극단체에 각각 2000만원씩 기부한 혐의(뇌물수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는데 1심에서는 뇌물수수는 무죄,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2심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이 이같은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 시장은 모든 혐의를 벗게 됐다.

요즘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보면서 이 시장 사건과 많은 부분이 오버랩된다.검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절감하기 때문이다.이 시장은 “거절을 거듭하다 좋은 용도로 쓰겠다며 받은 후 곧바로 담당직원에게 기부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시장이 돈을 받은 것은 맞기 때문에 뇌물수수가 된다”며 기소를 강행했다.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검찰은 손가락만 본 것이다.강원도 수부도시인 춘천을 대표하는 민선시장이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다.재판이 진행된 1년여간 행정과 각종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춘천시민들에게 돌아갔는데도 말이다.

검사라면 대부분 수사를 통해 공을 세우고 싶은 ‘공명심’이 있을 것이다.그것도 그 지역의 ‘선출된 권력’을 수사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하지만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범죄구성 요건이 되는지,안되는지 명확히 따져보지 않고 무리하게 법적용을 하는 것은 문제다.어느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 검찰이 이처럼 행동하다보니 ‘검찰의 힘빼기’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트라우마’가 있는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나섰다.하지만 적폐청산 수사로 명성을 얻었다는 이유로 검찰의 특수수사를 인정하는 우를 범했다.그러한 특수부가 조 장관의 발목을 잡을 지 전혀 상상하지 못하고 말이다.역설적이게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우직함이 없었으면 검찰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논란과 ‘국회의 청문회 권리를 뭉개버렸다’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조 장관 가족과 관련된 수사를 강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수부 검사가 20여명이나 투입됐다고 알려질 정도로 검찰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조 장관 가족 비리 수사는 ‘권력형 비리’라고 할만한 대어를 낚지 못하고 ‘논두렁 시계’와 비슷한 망신주기식의 피의사실공표만 이뤄지면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지난달 21일부터 매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일대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규모 촛불집회 역시 검찰개혁이 절박한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선출되지 않는 권력이 개혁되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이제는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 등의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해답을 정치권이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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