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동 열 <영동본부 취재부장>

 피서철을 앞둔 요즘 영동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숫자는 아무래도 2천만인 것 같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道 환동해출장소는 금년 7월10일∼8월20일 해수욕장 개장 기간중에 2천만명 이상의 피서객이 동해안 98개 해수욕장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강릉시 또한 올해를 '관광객 2천만명 돌파 원년'으로 선언하는 등 피서철을 맞는 기대와 의욕이 남다르다.
 지난 2000년 처음으로 피서객이 1천만명을 넘어선 동해안은 2001년에는 1천291만명, 2002년 1천741만명으로 매년 수직상승을 해온 터여서 올해 2천만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릉시 또한 지난해 관광객이 1천921만명에 달해 숫자상 문턱을 넘는 일만 남았다.
 영동·중앙고속도로 확장에다 주5일 근무제 확산 추세까지 맞물려 전망은 밝다. 지난달 채용정보사이트 '엔잡'이 실시한 휴가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응답자의 48%가 목적지를 '강원, 동해안'이라고 꼽아 10%대 응답에 그친 여타 경쟁지를 압도했다.
 동해안 해수욕장 바닷물은 최근 환경기관 수질조사에서도 대부분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1㎎/ℓ 이하의 1등급 청정 상태를 유지했다. 수소이온농도와 대장균군 또한 모두 청정 요건을 충족시켰으며 해수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름성분이 일부라도 검출된 해수욕장은 단 한곳도 없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청정' 위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것이다.
 이쯤해서 우문(愚問)을 한번 던져보자. "과연 지금 동해안이 2천만명을 수용할 수 있고,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가." '아직은 아니다'는 답이 먼저 떠오른다.
 수도권 연결교통망은 차치하고라도 7번 국도에 의존하는 내부 한계때문에 피서 성수기에는 출·퇴근 체증에 시달리다 아예 근무지에서 숙식을 하는 '기러기아빠형' 직장인이 적지 않고, 피서객들의 들뜬 기분은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지독한 교통체증 때문에 여지없이 뭉개지기 일쑤다.
 해수욕장 주변 주차난은 더욱 심각해 지난해만 돌이켜봐도 피서차량이 하루 최고 무려 18만대에 달했으나 주차시설은 4만4천대에 불과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道와 동해안 6개 시·군은 올해도 139억원의 막대한 지방비를 투입, 백사장 관리와 각종 시설물 개선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언필칭 동해안 해수욕장은 국민 관광지라고 하지만 국비 지원은 올해 기준 58억원에 그쳐 피서객이 느는 만큼 현지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놀이 사고 때문에 소송에 휘말려 거액을 지출했던 상황도 속출, 이제는 자치단체들이 아예 해수욕장 손해배상보험에 가입, 사고 수습 비용을 따로 적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해수욕장이 전국민들이 함께 공유 휴양 공간임에도 불구 아직 구체적인 관리법규나 안전관리 규정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규정이 미비하다보니 바다를 가지고 있는 지역마다 별도로 대책을 찾기위해 부심하는 하탐대책(下探對策)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 기여효과 또한 불만스럽다. 입장료 조차 받지않는 '출혈형 투자'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매년 피서철이 끝나면 "바가지 시비에다 남은 것은 쓰레기"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그치지 않고 있다. 고급 체류형 즐길거리의 확충이 절실하다는 것 또한 단골 고민거리다.
 물론 2천만명이 신뢰할 수 있는 숫자냐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매년 여름 민족의 대이동을 방불케 할 정도로 '동해안 行'이 꼬리를 문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늦기전에 상유대책(上有對策) 차원에서 중앙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책이 나올 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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