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晉)나라 때 양산(梁山)이 무너지자 군주인 후작이 급히 대부(大夫) 백종(伯宗)을 불러들인다.큰 산사태가 났으니 대책을 논의하려는 것이었다.멀리 갈 것 없이 얼마 전 제18호 태풍 ‘미탁’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국무총리와 관련부처 장관,정치인들이 수해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고 복구대책을 논의하는 것처럼 말이다.

역마(驛馬)를 재촉해 가는데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가 전복돼 길을 막고 있었다.수레 주인은 이 나라 도읍인 강(絳)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길을 내기 어려우니 옆길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대부가 강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양산이 무너져 군주가 백종을 불러 상의할 것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그러면 이 재난을 어찌 수습하면 좋을지 물었다.

수레의 주인은 “썩은 흙이 있어 산이 무너져 내린 것을 어쩌겠느냐”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나 산천은 국가의 주인이라며 산이 무너지고 강물이 마르면 군주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대부는 비상대책을 세우러 가는 길에 일종의 사고를 만났던 셈인데,오히려 재난을 대하는 백성의 마음을 읽고,위정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말한 재난 앞에 마땅히 취해야할 자세는 첫째 군주는 맛있는 음식을 들지 않고(不擧),둘째 좋은 옷을 입지 않고(降服),셋째 화려하게 꾸민 수레를 타지 않고(乘漫),넷째 풍악을 하는 것을 금하고(徹樂),다섯째 궁전 밖에 나가서 지내며(出次),여섯째 축관은 산천의 신에게 폐백을 올리고(祝幣),일곱째 사관(史官)은 제문을 지어 제사를 올리는 것(史辭)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할 따름인데,백종을 불러 물은들 묘책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대부와 수레 주인의 우연한 길 위의 대화가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산천을 대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재난을 대하는 백성과 정치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그때와 지금 무엇이 다른가.한편으로 대답하고 한편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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