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와 엄지를 말아 눈에 대어본 나만의 안경

좁아진 시야만큼 나는 더 웃을 수 있었다



잘 때마다 침대 밑을 들쑤셨던 악어 울음소리

이불이 나에게 덥석 안기며

벽에 아른대는 검정색 꼬리를 가리켰다

잠들 수 없을거야,서로 속삭이며 껴안은 날에는

아침을 볼 수 없었다



우리는 전부 안경잡이었다

엄마는 망원경 아빠는 색안경

누나는 훌쩍이는 깨진 유리알

밥을 먹다 말고 누나는 반짝이는 눈물을 흘렸다

아직 깨지기엔 일러요 더 큰 손이 필요해요

누나는 이젠 배꼽인사보다 악수가 잘 어울린다

떨어진 안경을 짓밟고 다닌다

식탁엔 먼지 낀 유리조각이 굴러다니는데

엄마는 나만 보이고

아빠는 애써 반찬을 집어먹는다

이러다 나요,기억자로 자라면 어떡해요?



생일마다 엄마는 리본이 예쁘게 묶인 악어를 준다

달라진 시력처럼 읽을 수 없는 나의 표정

침대 밑은 이젠 조용한데,

창밖으로 악어들을 던지며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가리킨다.

손이 필요없는 아이들이 놀고있는 곳



안녕,잘가

창문을 닫자

안경이 무너졌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