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잇단 탈출로 안전 위험·농작물 피해…법적 조치에 한계

▲ 경기도 가평군 이화리 남이섬 인근 목장에서 말들이 자주 탈출해 도로를 뛰어다니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은 탈출한 말을 119 대원들과 경찰이 구조하는 모습.2019.10.14 [가평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경기도 가평군 이화리 남이섬 인근 목장에서 말들이 자주 탈출해 도로를 뛰어다니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은 탈출한 말을 119 대원들과 경찰이 구조하는 모습.2019.10.14 [가평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말이 차도에서 돌아다니고 있어 운전하다 놀랐는데 돌아오다 보니 또 나와 있어서 신고했습니다.”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이화리 인근 도로에서 말 한 마리가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출동한 경찰과 119 대원들이 말을 몰아 주인에게 인계했지만, 도로에 돌아다니는 말과 그에 따른 구조 작업으로 차량 통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남이섬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에서는 최근 말들이 심심치 않게 출현해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말 한 마리가 도로를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2일에도 말 4마리가 도로를 뛰어다니다 안전조치 됐고, 바로 전날에도 2마리가 탈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잇따른 탈출극의 주인공인 말들은 지난해부터 지역 경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는 유명한 골칫거리다.

14일 가평군 등에 따르면 말들은 2년여 년 전, 마주 A씨가 남이섬 근처에서 관광용 마차를 끌게 하고 마상 공연도 하기 위해 이곳에 데려왔다.

가평군 관계자는 “정식 승마장 신고가 아닌 단순 사육 시설로 운영돼 왔다”며 “주로 남이섬을 오가는 관광객들을 위해 마차를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이섬 인근 도로 사정이 달라져 마차 운영이 힘들게 되고, 결정적으로 지난해 15마리 말 중 11마리가 죽으며 관리가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나무 울타리 말고는 별다른 시설이 없어 말들이 수시로 탈출했다. 도로로 뛰어들어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거나 주민들이 경작하는 밭에 들어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운전자들과 주민들의 민원과 신고가 잇따르며 경찰과 가평군에서 여러 차례 법적 조치를 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가평군은 1년여 년 전 말들이 인근 하천가를 돌아다니며 똥오줌을 싼다는 민원이 지속해서 접수돼 마주를 가축분뇨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이 올해 위험 동물 관리 소홀로 마주를 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범죄 처벌로는 근본적 해결이 힘든 상황이다. 호주 국적인 A씨는 주로 호주에서 머물며 관리인만 현장에 두고 있어 연락조차 잘 닿지 않고 있다.

가평군 관계자는 “약식명령 수준의 경범죄 처벌로는 사육 농가를 직접 제재할 수 없다”며 “여러 차례 관련 부서가 모여 회의를 했지만, 개인이 말을 기르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고, 이러한 상황에 적용될 만한 법령이 없어 조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말들로 인한 피해도 골치이지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못 받는 말들의 상태도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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