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개화(樹上開花)!나무에 꽃을 피운다는 뜻이다.일견 아름다운 자연현상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꽃을 피울 수 없는 나무에 조화(造花)를 진짜 꽃처럼 장식해 상대방을 속인다는 말이다.삼국지연의에서 장비가 장판교에서 단기필마로 수 만의 조조군과 맞설 때 주변을 먼지로 자욱하게 만들어 마치 뒤에 대군이 있는 것처럼 상대를 속인 것을 비유한 것이다.

허장성세(虛張聲勢)!목소리로 기세(氣勢)만 높인다는 뜻이다.중국 진(晉)나라 장수 선주는 위(魏)나라를 쳐들어갈 때 군사들에게 깃발을 산이나 언덕에 많이 꽂으라고 했다.이를 지켜본 동료 장수 위주가 “소리없이 공격해야 하는데,오히려 이를 드러내 적이 미리 알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자 선주는 “곳곳에 깃발을 꽂아두면 강대국의 침략을 두려워하는 위나라 군사들이 우리 군대의 위세에 전투의지를 잃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실제로 진나라의 위세에 눌린 위나라 군사들은 달아나기에 바빴다.

전쟁이 아닌 일상에서 비유되는 초요과시(招搖過市)란 말도 있다.남의 이목을 끌기위해 허풍을 떨며 요란하게 지나간다는 뜻이다.최근 광장에 모인 참가자의 규모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하는 것이 수상개화와 허장성세,초요과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세(勢)’를 과시함으로써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얻으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있고 또한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가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오히려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을 유인하려는 책략만 있을 뿐이다.이는 밴드웨건 효과에 기대어 민의를 왜곡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후 문재인 대통령은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를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촛불혁명의 현장이었던 광장은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의 상징이다.광장 민주주의가 진영간의 밴드웨건 효과에 기댄 세불리기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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