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 해야 할 경찰관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범행 저질러”
“관명 사칭 피해 교감은 파렴치한으로 소문나는 등 실질적 피해”

숙박업소에서 퇴실 때 객실 물품을 훔치고 초등학교 교감을 사칭해 여교사의 연락처를 알아낸 경찰관이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행정1부(성기호 부장판사)는 경찰관 A(40)씨가 강원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순경이던 A씨는 시보 기간이던 지난해 6월 27일 오전 원주시 한 호텔에 투숙했다가 퇴실하면서 슬리퍼와 가운 등 4만2천원 상당의 객실 비품을 몰래 훔쳤다.

당시 A씨는 직무와 관련한 교육을 마치고 투숙한 호텔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고, 객실 청소 과정에서 비품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한 숙박업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CCTV 등으로 인적 사항을 파악한 끝에 덜미가 잡혔다.

또 같은 해 5월 18일 오후 4시께는 공중전화로 모 초등학교에 전화해 “내가 교감인데 동료 교사 중 예쁜 선생님이 있으면 두 명 정도 이름과 연락처를 달라”며 교육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해 교사 2명의 이름을 알아냈다.

이에 해당 초등학교 교감이 명예훼손 및 공무원 자격 사칭으로 A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A씨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나 경범죄 처벌법(관명 사칭) 위반으로 8만원의 통고 처분을 받았다.

절도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 직위 해제된 A씨는 같은 해 7월 징계위원회에서 해임됐으나 소청 심사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처분이 취소되면서 복직됐다.

결국 그해 11월 강원경찰청이 A씨를 다시 직위 해제한 뒤 보통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을 의결하자 A씨는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지난 5월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변사 사건 트라우마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우울증 등으로 절도를 저질렀고, 마음에 드는 선생님의 결혼 여부 등을 알고 싶어 관명을 사칭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해임 처분은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범죄를 예방해야 할 경찰공무원이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는 피해액이 적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며 “피해 교감이 ‘파렴치한 사람으로 소문나 품위와 명예가 훼손됐다’는 실질적인 피해 내용을 고려하면 불기소 처분됐다는 점만으로는 비위 행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용 후 시보 기간 중 관명 사칭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절도를 했다”며 “절도 행위만으로도 원고는 파면이나 해임 대상인 점, 관명 사칭 행위를 고려해 징계를 한 단계 가중할 수도 있었던 점으로 고려하면 원고의 징계는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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