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DMZ 출입절차 미준수·대북제재 위반여부 거론”

정부와 유엔군사령부가 유엔사의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권한 보완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엔사가 비군사적 남북교류와 관련한 분야까지 DMZ 출입 허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정전협정 규정이나 법적 근거가 미약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유엔군사령부 측과 고위급 및 실무급 채널을 가동해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과 관련한 유엔사의 허가 권한 보완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고위급으로는 국방부 정석환 국방정책실장과 유엔사 부사령관인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중장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급은 대령급 장교와 정부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군사적 분야를 제외한 비군사적 성질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유엔사의 DMZ 출입 승인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유엔사 측에 수차례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비군사적 성격의 DMZ 출입에 관련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비군사적 DMZ 출입과 관련된 문제를) 제도화해보겠다는 데 방점이 있다”며 “제도나 규정, 매뉴얼 속에 반영될 기준과 절차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유엔사 측은 일단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협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유엔사 측은 DMZ 출입과 관련해 한국이 관련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을 때가 많고, 대북 반입 신청 물품 중에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은 “유엔사 관계자들은 DMZ 출입과 관련해 며칠 전까지 신청을 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데도 한국 측에서 촉박한 일정을 들이밀고 있다는 불만스러운 이야기를 한다”면서 “특히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위반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유엔으로부터 받아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유엔사의 입장이 상충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협의가 단기간에 끝날지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연철 장관도 전날 국감에서 “그동안 DMZ 출입 문제, MDL(군사분계선) 통과 문제에 관련해 (정부와 유엔사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의견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정전협정상 조항을 보면 이 허가권은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며 “비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환경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GP) 방문 등에 대한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조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국감에서 유엔사가 DMZ 출입이나 MDL 통과에 문제로 삼은 사례로 ▲ 작년 8월 경의선 철도 남북 공동조사 ▲ 지난 6월 9일 강원도민일보의 강원도 고성군 원형 보존 GP 출입 ▲ 대북 타미플루 지원 차량 통행 문제 등이 거론됐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와 대북 타미플루 지원 차량 문제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관련된 사안으로 해석되면서 유엔사가 제동을 걸었다.

철도 공동조사는 한 차례 연기 끝에 이행됐지만, 대북 타미플루 지원사업은 결국 이뤄지지 못한 채 북한이 남북교류에 대한 남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계속 유지되고, 유엔사가 ‘군사적-비군사적’으로 나눠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DMZ 출입 미승인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도 어려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추진하는 ‘DMZ의 평화적 이용 종합계획’ 수립 및 이를 위한 DMZ 내 각종 실태조사 등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하려면 전체 (DMZ를) 조사해야 되는데, 조사에 대해서 (유엔사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매뉴얼을 제도화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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