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복역 윤모씨 지원한 나호견 출소자 복지시설 이사장 밝혀

“출소 후 10년을 한결같이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며 저축을 하더라고요. 화성 8차 사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어요”

나호견 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이사장은 27일 청주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윤모(52)씨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나 이사장은 2005년부터 청주에 출소자 지원 복지시설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09년에는 윤씨의 가석방을 도왔다.

윤씨는 2009년 8월 가석방된 후 복지시설에서 3년간 생활했다. 이 시설에는 출소자 16명이 생활하며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출소자 지원시설에서 생활하려면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일정한 직업을 갖고 매달 100만원을 저축해야 하며 음주를 할 수 없다.

나 이사장은 “그동안 많은 출소자를 봐왔지만, 윤씨 같은 사람은 정말 유일했다”며 “타락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는 흐트러짐 없이 일했고, 규칙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도소에서 처음 윤씨를 만났을 때 자신이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봤을 때는 반신반의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후 10년을 가까이 지켜보니 이 사람은 성범죄나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이 시설에서 3년간 생활한 뒤 저축한 돈으로 독립해 방을 얻어 살고 있다. 현재 직장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지금도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복지시설에도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나 이사장은 “윤씨는 청주 출소자 지원시설 역사상 최고의 ‘모범생’으로 꼽힌다”며 “억울한 옥살이 이후에도 사회를 원망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윤씨에게 누명을 벗을 기회가 온 것은 정말 하늘이 도운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으로 체모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했고, 경찰은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윤 씨는 기소돼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복역하던 중 감형받아 수감 20년 만인 2009년 가석방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가 최근 8차 사건이 자신의 범행이라고 시인하면서 윤씨는 현재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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