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학교와 함께하는 예술잔치
양양 공수전분교 공연장 탈바꿈
다양한 주제 9개 공연 주민 호응
홍천 삼일학림 내달까지 예술잔치
서석면 주민 전시회·인문교육

▲ ‘서석 문화예술의 날’이 지난 26일 홍천 서석면 일대에서 열렸다.마을주민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문패 등 예술작품들을 선보인 전시회 모습. 사진제공=홍천 삼일학림
▲ ‘서석 문화예술의 날’이 지난 26일 홍천 서석면 일대에서 열렸다.마을주민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문패 등 예술작품들을 선보인 전시회 모습. 사진제공=홍천 삼일학림



가을의 향기가 절정이 이른 10월의 마지막주.도내 농촌마을의 작은 학교 곳곳에서 예술잔치가 열려 아이들과 주민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다.양양의 작은 분교에 국립극단이 찾아 하루종일 신나는 무대를 꾸몄고,홍천 산기슭에 예스러운 기와집과 토담집을 지어 자리잡은 대안 교육공동체에서는 인문과 예술을 결합한 마을잔치를 내달까지 연다.


▲ 양양에서 열린 ‘우리동네 작은극장’ 축제를 즐기는 학생 모습.
▲ 양양에서 열린 ‘우리동네 작은극장’ 축제를 즐기는 학생 모습.


■ 극장으로 바뀐 양양 공수전 분교

지난 주말 양양의 한 작은학교가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지난 26일 양양 상평초교 공수전분교장에서 개최한 ‘2019 우리동네 작은극장’.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지역 청소년들이 일상 가까이에서 연극을 체험하며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공연장으로 낙점된 양양 상평초교 공수전분교장은 현재 전교생이 9명이다.2009년 마을에 산촌유학센터가 들어서면서 전학생이 늘어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었지만 3년 후 센터가 전북 장수군으로 옮기면서 학생 수가 다시 급감,폐교에 대한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학교는 ‘마을교육 공동체’ 사업에 관심을 두고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운동회,영화제,예술축제 등을 기획하며 문화활동을 독려하고 있어 이번 축제에 대한 기대도 컸다.
▲ ‘2019 우리동네 작은극장’이 지난 26일 양양 상평초교 공수전분교장에서 열렸다.
▲ ‘2019 우리동네 작은극장’이 지난 26일 양양 상평초교 공수전분교장에서 열렸다.


이날 학교 운동장을 비롯해 도서실과 조회대 등 학교 곳곳이 공연장으로 변신했다.영유아를 위한 공연부터 어린이극,청소년극까지 극의 형식과 주제를 달리 한 다양한 공연이 하루 종일 무대에 올랐다.삼국지의 ‘적벽가’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판소리 그림자극 새판’을 비롯해 죽음을 소재로 삶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자살광대’,관객추천지수 1위를 차지한 ‘씨앗이야기’ 등 국립극단의 검증을 거친 9개의 공연이 분교 곳곳에서 펼쳐졌다.또 운동장에서는 1대1 인형극 ‘말로의 작업실’과 ‘숨은그림 찾기’가 공연됐다.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500여명이 다녀가며 지역주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축제 관계자는 “양양의 작은 학교에서 공연을 여러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만큼 고맙다는 반응이 많았다.관객 대부분 한 공연만 보고 떠나지 않고 긴 시간 머물며 다양한 공연을 감상해 기획의도가 살았다”고 말했다.


▲ 서석면 복지회관 마당에서 펼쳐진 마을장터.주민들이 만든 꽃차를 어린이 관람객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홍천 삼일학림
▲ 서석면 복지회관 마당에서 펼쳐진 마을장터.주민들이 만든 꽃차를 어린이 관람객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홍천 삼일학림


■ 대안학교에서 펼쳐지는 인문예술잔치

홍천 서석면 검산리에는 청소년과 성인들이 한데 어울려 스스로 공부하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지난 2014년 문을 연 삼일학림.고등대학 통합과정(무학년 학점제)이 운영되는 곳으로 농도상생 마을공동체를 바탕으로 삼아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함께 공부하는 공간이다.

이 학교가 개교 다섯해째를 맞아 인문예술 한마당잔치를 마련했다.다음 달 17일까지 서석면 일대에서 열리는 잔치의 주제는 ‘옛 슬기를 품고,새길을 걷는다.마을이 배움숲이다’.삼일학림에서 ‘고운울림’이라고 부르는 예술 과목은 농사와 철학·종교·역사,생활기술 등과 함께 필수교과 중 하나다.이번 예술잔치에서는 불교와 기독교,동학,묵가에서 나타난 동서양 생명평화 사상을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와 함께 살핀다.

지난 26일 서석면 일대에서 열린 ‘서석 문화예술의 날’은 면사무소에서 열리는 마을음악회를 시작으로 예술가들의 재능나눔마당이 펼쳐졌다.청량리의 김장수 어르신이 풍암1리 공부방에서 붓글씨와 서각을 선보이고,동면 속초리의 정혜례나 조각가가 풍암리 노인회관에서 재능을 나눴다.천연염색과 매듭공예,캘리그라피,일러스트,흙빚기와 풀짚엮기 등을 직접 배우는 공간들이 마련됐고,친환경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장터가 열렸다.마을 주민들이 손수 만든 작품들도 전시됐다.

이곳 예술잔치의 특징은 학교의 특성을 살려 인문교육이 병행된다는 점이다.다음달 2일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의 현대물리학 강의에 이어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의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 이야기가 전해지고,16일에는 김춘성 천도교 종무원장의 동학에 대한 가르침도 진행된다.9일에는 서석면 도서관에서 황윤 감독의 2015년작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 상영과 함께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김여진·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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