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성 변호사
반응은 보통 세 가지다.첫째,‘역시 그 방법밖에는 없는 게로군요.’라면서 수긍하는 경우.둘째,더 이상 따지지 말고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라고 하니 붉으락푸르락 불쾌해하지만 마지못해 그 조언을 따르는 경우.그리고 셋째,‘무슨 놈의 변호사가 죄를 없애 줄 궁리는 안 하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느냐.’라며 분개하고 다른 사무실로 가버리는 경우.이렇듯 가끔은 변호사를 ‘마법사’와 혼동하고서는 세상의 모든 잘못을 마치 처음부터 전혀 없었던 일인 양 깨끗이 지워주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나.변호사는 마법사가 아닌 것을.
세간의 일부 변호사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무죄판결이나 불기소처분을 받아줄 수 있다는 식으로 의뢰인을 은근히 유혹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듯하다.하지만 필자는 이런 식의 변론이 가능하다고,그리고 올바른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의뢰인에게 득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다.‘까딱 잘못했다가는’ 뉘우치는 빛이 부족한 피고인으로 몰려서 더 무거운 형의 선고를 받게 할 공산만 농후할 뿐.게다가 변호사법과 변호사윤리장전에 따르면 변호사는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며,진실을 은폐 또는 왜곡하거나 허위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그러니,있었던 사실에 대한 ‘다른 해석’을 법리적 의견으로서 제시해 보는 것은 가능할지언정,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일로 둔갑시키는 것은 변호사의 역할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의뢰인으로 하여금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게 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그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대응책이 되는 경우가 있다.있었던 사실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만들려고 잔꾀를 부리는 것이 법률가의 참다운 역할이 아니라는 것.재판뿐이랴,모든 일이 그렇다.마음을 담은 사과야말로,해야 할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인 순간이 있다.이 어지러운 시절에,있었던 사실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갖는 가치를 새삼 한 번 더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