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졸업’ 박주환 감독
상지대 학생 10년 투쟁과정 담아
“한국사회 권력에 던지는 질문”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장편상
지역 영화 기반 다지려 노력

▲ ▲ 박주환 감독이 최근 영화 ‘졸업’ 개봉을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 박주환 감독이 최근 영화 ‘졸업’ 개봉을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 우연히 카메라에 담은 동료들의 모습이 10년 투쟁의 기록물이 됐다.

원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주환 감독의 영화 ‘졸업’이 오는 7일 스크린에 걸린다.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개봉 전부터 평단과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으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춘천CGV 아트하우스,원주영상미디어센터,원주CGV 등 전국 30여개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본지는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둔 박 감독과 인터뷰를 갖고 영화의 제작 과정과 소감을 들어봤다.

영화는 긴 시간 사학비리와 싸운 상지대 학생들의 투쟁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서로를 지켜야 했던 학생들과 그들의 작은 보호막이 되기 위해 카메라를 든 박 감독의 자전적 청춘 스토리다.

박 감독은 “정권이 바뀌는 시기 한 대학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10년을 돌아보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국가권력 뿐 아니라 곳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던 이들이 어떤 태도였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는 우연한 순간 시작됐다.박주환 감독은 2009년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수업을 들으며 영상을 배우기 시작했다.당시 상지대에는 사학비리로 학교를 떠났던 이사장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문이 돌았고 학생들은 이를 반대하는 농성을 펼쳤다.박 감독은 이를 7분 분량의 단편 다큐멘터리로 제작했고 지역 방송국에서 방송되기도 했다.이후 휴학하고 학교를 떠나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있던 박 감독은 친구들이 울부짖으며 경찰에 연행되는 영상을 보게 됐고 이를 기록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박 감독은 “미디어나 영화 관련 학과를 다닌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 제작의 목적 보다는 투쟁하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고자 우연히 촬영을 시작했었다”고 회상했다.카메라는 2018년 3월까지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작은 렌즈는 동료들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줬고 때로는 탄압과 투쟁에 지친 이들을 묵묵히 지지하기도 했다.

▲ ▲ 박주환 감독이 최근 영화 ‘졸업’ 개봉을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 영화 ‘졸업’ 스틸컷

10년의 시간 동안 학생신분으로 카메라를 들었던 박 감독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고 졸업 이후에도 학교에 머물렀다.박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보낸 긴 시간을 정리하지 않고 떠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해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했다.이어 “상지대에서 1993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는데 당시의 일들이 구전으로만 전해지다 보니 상황이 와닿지 않았다.학교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들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독립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 감독은 현재 강원독립영화협회 원주 대표와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운영위원을 맡으며 지역 내에 영화 제작의 기반과 터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박 감독은 “2∼3년 전부터 도내 곳곳에 와서 영화를 제작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제작환경도 변화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며 “도내 감독들이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면 특색에 맞는 로케이션을 진행하고 지역에 맞는 이야기를 다루는 경향이 보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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