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우리는 왜 광장에 섰나


[강원도민일보 이종재 기자]강원도민은 올 한해 유독 심기가 편치 않다.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일들이 없다.대형산불과 수해 등 각종 재해로 멍든 가슴에 무산,제동,불발,제외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더 해졌다.오색케이블카 설치 무산,정선 가리왕산 곤돌라 존치 불발,국방개혁2.0에 따른 접경지역의 소멸위기,갈수록 꼬여가고 있는 남북관계,갈수록 축소되는 강원정치권 등 답답함과 속터짐이 이어지고 있다.강원도가 너무 힘이 없어서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도민들이 ‘광장’으로 달려나 간 이유다.올 한해 생존을 위한 절박함으로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도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38년 숙원 다시 수포로

환경부는 지난 9월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지난 38년 동안 찬반 논란을 빚어온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백지화된 것이다.양양군민들이 지난 1982년 처음 설치를 요구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2010년대 들어서야 본격화됐다.2012년과 2013년 양양군이 제출한 사업계획안은 모두 부결됐지만 2014년 당시 정부는 노선을 일부 변경하면서 2015년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양양군이 2년6개월여 보완을 거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환경부의 문턱을 끝내 넘지 못했다.정준화 친환경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회위원장은 “불과 4년 만에 환경부가 시범사업으로 승인해 준 사안을 스스로 번복하면서 결국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중적 태도에 분통

백두대간 보호를 이유로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불허한 정부는 백두대간에 송전탑 400개 이상 설치를 추진중이다.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들이댄 환경영향평가라는 엄정한 잣대가 송전탑 설치 과정에서는 관대했다.권성진 홍천군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도민들의 숙원사업인 오색케이블카는 환경논리로 불허했던 정부가 백두대간을 파헤치는 송전탑 건설에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도민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새롭게 놓으려는 송전탑들은 홍천,횡성,영월,정선,평창 등을 지난다.강원의 허리를 관통하는 것이다.도내에 이미 설치된 송전탑은 5000개가 넘는다.송전탑 설치 계획을 세우기 앞서 도민들의 의사는 무시됐다.권성진 사무국장은 “한전이 투명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을 약속하고도 밀실에서 졸속으로 송전탑 경과대역을 선정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삶의 터전 잃은지 8개월째

지난 봄 동해안 곳곳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보금자리를 잃은 채 겨울을 맞고 있다.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재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이 없어 이재민과 자영업자는 파탄 지경이다.장기일 속초고성 산불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재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선지 벌써 200일이 훌쩍 넘었다”며 “지금까지 철거도 못한 주택 등 시설물이 많고 특히 상공인들은 일도 못한 채 엄청난 손실만 보고 있다.피해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경찰이 8개월만에 내놓은 산불 원인 수사 결과는 오히려 이재민들의 화를 키우고 있다.장기일 위원장은 “한전의 업무상 실화 부분만 인정돼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정부가 나서주지 않으면 우리 이재민들은 또다시 정부를 원망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지지부진한 SOC 확충

강원도는 낙후된 교통망으로 ‘교통오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SOC 확충은 더디기만 하다.30여년 묵은 숙원사업인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건설은 2016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으로 확정됐지만 재해영향평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며 늦어지고 있다.현재 기획재정부가 벌이고 있는 설계 적정성 검토에서 또다시 발목이 잡히면 연내 기본계획고시는 물건너간다.주영래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추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계획대로 2026년 완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정부에 요구하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1997년 착공한 삼척~평택 동서고속도로도 총 250.4㎞ 중 절반인 제천~평택 127.2㎞ 구간만 2015년 개통했고,삼척~영월~제천 구간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 접경지 상권 붕괴 불보듯

군부대 통폐합이 포함된 국방개혁 2.0에 따라 접경지 군부대 중 다수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축소돼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됐지만 국방부는 지역주민과 사전 교감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수십 년간 각종 규제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군부대와 동고동락한 지역주민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류희상 27사단 해체반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군부대로 인한 일부 피해에도 불구 이웃이 되어 살아온 접경지역에 대한 배려와 함께 범정부차원의 접경지역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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