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나는 왜 광장에 섰나

[강원도민일보 구본호 기자]작가 최인훈은 4·19혁명 직후인 1961년에 발표한 소설 ‘광장’을 통해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파헤쳤다.북한의 폐쇄성과 집단의식의 강제성을 고발하고 남한의 사회적 불균형과 방일한 개인주의를 정면비판했다.50여년이 지난 2019년도 ‘광장’이었다.광화문에서 서초동에서,그리고 강원도 ‘광장’ 곳곳에서 ‘태극기’와 ‘촛불’의 물결이 넘실거렸다.보수와 진보,세대간의 다른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광장’을 찾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촛불’ 최강희 씨

▲ 최강희 씨
▲ 최강희 씨

강원대 재학 중인 최강희(23)씨는 지난 2016년 10월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촛불집회에서 처음 ‘촛불’을 들었다.최씨는 “페이스북 피드를 내리다 한 모임채널에 가입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일베’채널 이었다.세월호를 오뎅이라고 비유하는 자칭 보수 우파들을 보고 분노했다”고 말했다.탄핵 정국 당시에도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참여했다.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탄핵을 두고 촛불과 태극기가 양립했던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줬지만 이미 태극기 집회는 조직력 보여주기와 동원을 위한 집회로 변모했기 때문에 이제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17년 민중총궐기에서 녹색당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최강희(23)씨
▲ 지난 2017년 민중총궐기에서 녹색당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최강희(23)씨

최씨가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세월호,탄핵 등 국가적인 어젠다에 국한되지 않는다.2년 전 강원대가 구조개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자 단과대 주도 개혁 등을 외치며 1인 시위를 가졌다.이 덕분에 캠퍼스 내에서 그는 진보성향 학생으로 유명세를 탔다.그는 “요즘 이화여대 집회처럼 소녀시대 노래를 틀며 부드럽게 집회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과격하게 옛날 처럼 시위를 할 수도 있다”며 “한계를 정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면역력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완급 조절을 해야한다”고 말했다.최씨는 누구보다 많이 광장을 찾고 있지만 무분별한 집회나 시위에는 선을 긋고 있다.그는 “청년들이 쉽고 자극적 뉴스에 치우치다보니 깊이 없는 분노가 좌우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태극기’ 허남수씨

▲ 허남수씨
▲ 허남수씨
춘천에 사는 허남수(63)씨는 지난 2017년 6월 춘천 태극기한마음회 회장에 이어 우파 성향 9개 단체가 모인 춘천시민자유연합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허씨가 태극기 집회와 인연을 맺은 건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11월이다.그는 “내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이 힘 없이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가 하야 반대를 외치는 것 뿐이었다”며 “진실이 꼭 밝혀져야 이 땅에 정의가 바로 서고 법치가 이뤄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허씨는 요즘도 매주 토요일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매주 수요일에는 춘천 주요 길목에서 ‘진실알리기 운동’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태극기를 들고 서 있는다.그가 이처럼 광장에 빠지지 않고 나가는 건 탄핵이 부당하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서이다.허씨는 “모순덩어리인 증거로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을 벌였다고 단정,국민들을 흥분시키고 촛불을 들게 해 탄핵한 것이다.이에 우리같은 소시민들은 태극기를 들고 탄핵무효를 외친다.진실은 언젠가 꼭 밝혀진다”고 주장했다.박 전 대통령이 무죄라는 믿음만큼 현 정권에 대한 반감도 강하다.사회 갈등이 깊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감도 가지고 있다.

▲ 지난 10월 태극기한마음회(회장 허남수)와 춘천 자유우파 시민단체들이 춘천 팔호광장 앞에 모여 공수처반대,조국구속,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
▲ 지난 10월 태극기한마음회(회장 허남수)와 춘천 자유우파 시민단체들이 춘천 팔호광장 앞에 모여 공수처반대,조국구속,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

허씨는 “대한민국의 기본원칙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한미동맹의 틀을 부정하는 태도 때문에 시민사회의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이라며 “태극기를 들고 나선 우리 자유연합은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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