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덕 삼척주재 취재국장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결국 전북 부안군이 단독 신청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놓고 삼척지역은 지난 7월초부터 10여일 동안 지역발전이라는 큰 기대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는 등 지역의 여론이 둘로 갈라졌다.
 한국 수력원자력은 삼척지역이 방사성 폐기물 유치 최적지라며 주민설명회를 갖고 근덕면지역에 대해 시추작업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분열조짐을 보이는 등 희비가 엇갈리는 등 지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그러나 정부의 신청 기일이 15일로 제한돼 있는데다 유치할 경우 관광발전 차질과 안전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삼척시와 시의회는 지난 13일 산업자원부가 제시한 주민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유치 포기쪽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유치 논란이 불러온 여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유치되면 삼척지역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8천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으로 인해 삼척경제가 살아나고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탓이다.
 그럼에도 핵의 안전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감과 후손에게 위험요인을 물려줄 수 없다는 반발을 무시할 수 없어 삼척시와 시의회가 신청을 포기, 행정의 부담을 덜었다.
 이는 주민 여론에 부담을 느낀 시와 시의회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일 수도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김일동 시정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찬반으로 첨예하게 갈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와 시의회가 내린 결정은 어느 쪽도 만족시킬 구체안이 되지 못했다. 다만 주민들의 갈등만을 남겼을 뿐이다.
 삼척시정을 11년 동안 맡아 온 정치인 김일동 시장에게 명쾌한 해답을 기대했던 주민들에겐 양자 모두 실망을 준 격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번 일은 김일동 시장에게는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부모’같은 심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 못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와 시의회의 발빠른 결단이 주민들의 극심한 분열은 막았고 희망속에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공존하고 있다.
 "이번의 신청포기는 주민들의 반대여론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시일이 너무 촉박해 최선의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는 목소리가 유치 반대측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삼척시의 신청포기 발표로 사실상 유치신청은 일단락됐지만 지난 14일 단독 신청한 전북 부안군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에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아직 남아 있다.
 유치를 주장하던 지역 주민들의 경우 충분한 시일을 두고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 재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데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치를 환영한다. 그러나 시에서 앞장 설 수는 없는 일"이라는 김일동 시장의 말은 삼척주민들의 이런 속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기대와 우려, 아쉬움과 안도감이 극명하게 엇갈렸던 이번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무엇이 삼척지역을 위해 최선의 해법인지,'역지사지' 즉 남을 배려하는 입장에서 고민하는 열린 마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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