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제예술제 성과와 과제
홍천 옛 탄약정비공장·연병장
예술공원 탈바꿈 국내 첫 시도
예산문제 등 준비 기간 부족
운영비 한계 전시연장 난항

▲ 강원국제예술제 2019 강원작가전이 열린 홍천 탄약정비공장 입구.
▲ 강원국제예술제 2019 강원작가전이 열린 홍천 탄약정비공장 입구.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
강원국제비엔날레의 올림픽 유산을 이어받은 강원국제예술제의 첫 행사인 2019 강원작가전이 3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보름간 홍천 옛 탄약정비공장과 홍천미술관에서 주제전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과 특별전 ‘지난 바람과 연이은 볕’으로 나뉘어 열린 전시회에는 총 관람객 1만2명이 다녀갔으며 일일 최고 방문객은 1131명이다.올림픽 이후 존치 여부에 대한 논란 속에 새롭게 재정비해 열린 강원국제예술제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 윤운복 작가의 작품. 탄피 등을 활용한 정크아트다.
▲ 윤운복 작가의 작품. 탄피 등을 활용한 정크아트다.


▲ 김수용 작가는 옛 탄약정비공장 외벽을 덧칠해 ‘또 다른 위장’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 김수용 작가는 옛 탄약정비공장 외벽을 덧칠해 ‘또 다른 위장’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공간의 재탄생

6·25 전쟁 발발 70년을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는 군사시설을 예술공원으로 바꾸는 국내 첫 시도로 민군관 협력과 유휴공간의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한 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연병장은 야외전시장으로,살상 목적의 탄약 성능을 확인했던 탄약정비공장은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김수용 작가는 공장의 외벽에 ‘또 다른 위장’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문화예술로 또 무엇인가를 위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 속에 벽면을 걷어내고 남궁억 독립운동가,박수근 화백 등의 예술가와 위인들의 인물화를 모노톤으로 그렸다.전시장 내부에는 탄약 정비 컨베이어벨트에 이상원 작가가 희망을 상징하는 나팔꽃을 그렸고 폭탄을 매달았던 시설은 흰색으로 칠해져 평화를 상징하는 작품들과 어우러졌다.

이곳에서 근무했던 퇴역군인들도 방문,공장의 변화에 놀라워했다.30여년간 이 공장에서 근무했던 김성수(홍천) 씨는 “6·25 때 쓰던 녹슨 재래식 탄약을 재사용하기 위해 정비하던 곳으로 한 해에 7∼800여t의 탄약을 재정비했었다”며 “신형 탄약보급 등으로 멈춘 공장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 능평리 주민들이 완성된 작품 ‘空-토기(土器·Pottery)’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능평리 주민들이 완성된 작품 ‘空-토기(土器·Pottery)’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주민 협업 눈길

전시기간 홍천주민들과의 소통도 눈길을 끌었다.공장에 들어서면 볏짚으로 만든 대형작품 ‘空-토기(土器·Pottery)’가 관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홍천 출신 박대근 작가가 능평리 주민 30여명과 보름 동안 만든 프로젝트다.농한기 낱알을 걷어낸 지푸라기 2t을 엮어 7m 높이 토기 형상을 만들었다.설치미술 작가가 된 주민들은 작품과 전시장을 둘러보며 문화적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문화공간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입구 야외철조망에 금줄을 걸기도 했다.

전시기간 결운리 부녀회가 총떡,어묵,찐빵과 홍천사과,사과칩 등의 지역 특산품을 선보이며 관객들과 만나기도 했다.예술제가 진행한 SNS 이벤트로 강원상품권을 지급,현장에서 사용하도록 했다.

#예술과 예산 사이 딜레마

이번 예술제가 실제 준비에 들어간 것은 지난 8월.프로그램 전면 재정비와 예산처리 문제 등으로 3달여의 촉박한 일정 속에 준비됐다.도 전역의 예술공원화를 목표로 했지만 전시 이후 남는 작품은 거의 없다.작품 매입비용 부족 등으로 작품 대부분 작가들에게 되돌아간다.공장 외벽에 그려진 ‘또 다른 위장’과 전시장 안팎의 일부 작품만 남는다.지역주민과 함께한 작품도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기간도 짧았다.15일 남짓으로 타지역 관람객이 방문할 수 있는 주말은 두 번 뿐이었다.이는 모두 예산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이번 행사는 2억원 규모로 치러졌다.작품대여비를 포함한 하루 운영비는 1500만원으로 추산,전시 연장도 어려웠다.작품 구입에는 약 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올림픽 특수가 있었던 강원국제비엔날레 예산이 16억원 수준이었던만큼 도전역의 예술공원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예산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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