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어느덧 한 주일이 지나고 있다.내일(7일)은 24절기 중 스물 한번째인 대설(大雪)이다.새로운 절기가 시작되는 입춘까지는 동지와 소한,대한이 남았다.예로부터 대설이 되면 한 해 농사일을 끝내고 콩을 삶아 메주를 쑤었다.“부네야 네 할 일 메주 쑬 일 남았도다/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두소/11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농가월령가 중 11월령)”

지금은 낯선 광경이 됐지만,예전에는 이 맘때가 되면 각 가정에서는 콩을 삶아 메주를 쑤는 일은 일상사였다.삶은 콩을 으깨어 모양을 만든 콩은 며칠 말린 뒤,짚을 깔거나 열십자로 묶어 매달아 메주를 띄웠다.장맛은 메주가 결정하기 때문에 정성을 쏟아 메주를 쑤었다.그야말로 메주를 쑤는 일은 한 해 농사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 결과물이 고추장과 된장,그리고 집간장이었다.지금이야 마트를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말이다.

성종실록 1485년 기록에는 경기 관찰사였던 어세겸이 “말장(末醬)은 미리 인구를 헤아려 메주를 쑤게 하여서 가난을 구제하는 데 나누어 주게 하소서”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당시 주식이었던 쌀이나 보리도 필요하지만,당시 조정에서도 소금이나 된장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이 때쯤이면 인생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한 해 농사가 전부였던 예전에는 그 결정판인 메주를 띄움으로써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해를 기약했다.그동안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한 숱한 일들,아니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오늘에 와서야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하루가 짧을 정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조응하지는 못할망정 본류에서 떨어져 외로움에 괴로워할 이들도 적지 않을 터이다.

선조들은 24절기를 정하고 그 때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소상하게 기록하고,지켜왔다.대설을 앞두고 메주를 쑤어 장담기를 하지 않는 요즘에 이르러서는 우린 무엇으로 한해를 돌아봐야 하는 것일까.

천남수 강원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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