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사람 ┃ 강릉 사투리보존회
1994년 사투리 대회 모임 시작
유명 관광지 찾아 강릉말 홍보
골든벨·노래자랑·재능봉사 개최
발굴·채록 아카이브 작업 앞장
“강릉사투리 박물관 건립 목표”

▲ 지난 1994년부터 모임을 시작해온 강릉 사투리 보존회 회원들이 경포호수에서 열린 '강릉 사투리 시화전'에 참석했다.
▲ 지난 1994년부터 모임을 시작해온 강릉 사투리 보존회 회원들이 경포호수에서 열린 '강릉 사투리 시화전'에 참석했다.

[강원도민일보 이연제 기자]“어멍 어멍,정재 실광우에 재끼장하고 다왕 좀 주게 정나 가게.(어머니 어머니,부엌 선반 위에 다 쓴 공책과 성냥 좀 주세요.화장실 가려구요)”

강릉 경포와 송정해변 등 많은 관광객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릉사투리보존회 회원들이 사투리를 시연하자 곳곳에서 박장대소가 터져나온다.몇몇 어르신들은 어릴적 고향집에서 쓰던 반가운 사투리가 이어지자 옛추억에 젖어 수다 삼매경이다.

사투리보존회는 매년 여름 강릉의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사투리 스피드 퀴즈대회·시낭송·노랫말 개사해 부르기 등 다양한 강릉말 홍보 활동을 펼치는 일명 ‘놀람절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놀람절 행사는 관광객이 대상이기 때문에 유독 반응이 좋다.회원들은 재작년 여름 송정해변에서 열린 놀람절 행사에서 만난 경기도 안산에 거주 중인 한 가족과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는다.이들은 친척집 방문차 강릉에 놀러왔다가 처음 듣게 된 강릉 사투리 매력에 푹빠져 매년 놀람절 행사장을 찾아오고,연말에 발간되는 ‘강릉말의 이해’ 사투리 소식지를 받아보는 등 그야말로 강릉사투리 팬이 됐다.

강릉사투리보존회는 지난 1994년 사투리 대회 수상자 모임에서 시작돼 2007년 4월 전국에서 유일하게 법인으로 인가됐다.25년간 70~80여명의 회원들이 거쳐간 보존회는 현재 20여명이 회원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강릉 사투리 노래자랑이 월화거리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시민·관광객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 강릉 사투리 노래자랑이 월화거리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시민·관광객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올해 보존회는 강릉사투리 웹툰 제작,학교로 찾아가는 사투리 도전 골든벨,강릉단오제 사투리 경연대회,사투리 개사 노래자랑 등과 지역민들을 찾아가는 사투리 재능봉사 등을 잇따라 개최했다.뿐만 아니라 팔도 사투리 학술행사를 개최,사투리 비교 연구와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전통마을과 노인층 등을 찾아다니며,사투리 발굴·채록하는 아카이브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지난 1998년에는 1기 김인기 회장이 4500여개 방언을 실은 강릉방언대사전을 제작했으며,최근에는 강릉에서 70년 이상을 살아온 최길시 씨가 10년간 수집해온 강릉사투리 1135개 단어를 보존회에 전달했다.

사투리보존회 회원들은 “여러 활동 중 지역 초교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주고 ‘찾아가는 학교 사투리 도전 골든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아이들이 강릉사투리를 외우고 따라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고,지역 학생들에게 사투리 교육을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승이라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또 “명절마다 강릉 KTX역사 등 곳곳에 게시하는 고향방문 환영 현수막 역시 시민·관광객 모두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 올해 하반기 강릉 연곡초교에서 ‘강릉 사투리 도전 골든벨’이 열렸다.
▲ 올해 하반기 강릉 연곡초교에서 ‘강릉 사투리 도전 골든벨’이 열렸다.


‘마카 모예(모두 모여)’,‘음메나 빡신지(얼마나 억센지)’,‘똑데기(똑바로)’,‘개락이지요(엄청 많다)’.

강릉사투리는 재미있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탓에 학교·영화계 등 전국에서 강릉사투리 번역 의뢰 문의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배우 유재영과 조상구 등은 직접 보존회로 연락해와 생생한 연기를 위해 사투리 억양 시연과 함께 영화 대본 번역을 요청해왔다.또 최근 부산 동서대 연기학과에서 학생 수업 및 시험에 필요한 사투리 녹음 파일을 부탁,표준어 문장을 직접 번역·녹음해 전달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직접 번역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지만,그만큼 강릉사투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회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뱀한테 물리면 마이 아파” 영화 ‘웰컴투동막골’에서 나온 유명 대사이다.그만큼 강릉사투리가 영화와 TV 등에서 자주 애용되고,개그 프로그램에도 강릉사투리가 인기 코너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지금은 ‘하드래유~’,‘했드래유~’가 강릉사투리로로 알려졌고,현재 외지에서 통상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강릉사투리에 ‘드’자가 들어가는 표현은 없다.강릉에서는 ‘그랬잖소’,‘했잖소’ 등 ‘~소’로 끝나는 표현을 쓴다.

회원들은 잘못 알려진 사투리를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 더욱 홍보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그러나 강릉사투리 전도사이면서 지킴이인 사투리보존회원들의 활동을 북돋고,사라져가는 강릉사투리를 발굴·채록하는 아카이브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고민과 애로도 적지 않다.이 때문에 광역·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사투리 보존·전승을 위한 예산을 확대 지원,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는 활동을 북돋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박명규 강릉사투리보존회 회장은 “회원들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 자기 일처럼 나서 사투리 보존·전승에 앞장서고 있다”며 “옛 사투리 자료와 문헌 등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고,예산 부족으로 더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지 못해 늘 아쉽다”고 말했다.이어 “그럼에도 지역방언은 지역민의 오랜 경험과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유한 문화유산인 만큼 강릉사투리 보존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릉사투리 박물관 건립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연제 dusdn256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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