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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이 ‘읍면동장 뽑는 시대’가 왔다

권재혁 홍천 취재국장

권재혁 kwonjh@kado.net 2019년 12월 24일 화요일 8 면
▲ 권재혁 홍천 취재국장
▲ 권재혁 홍천 취재국장
올해 1월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 민간인 출신인 신길호(52)면장이 취임했다.그는 지난해까지 경북 포항시 동해면 금광1리 노다지마을 대표로 있다가 순천시 개방형에 공모, 지역주민들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발됐다.고흥군에서 태어나 해사 졸업 후 해병대 소령으로 전역해 7년 전부터 포항에서 농업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장 취임 후 마을 학교를 운영하고 전국 최초로 면 단위 30년 종합 발전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지난 7월에는 경북 의성군 안계면장에 민간인 출신 안종천(47)씨가 취임했다.국무총리실 등에서 근무한 안 면장은 청년이 살기 좋은 곳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들은 기존 면장들과는 달리 새롭고 신선한 정책을 추진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개방형 직위 공모는 순천시와 의성군 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공무원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거쳐 읍면동장을 뽑는 곳도 늘고 있다.세종시는 지난해 8월 조치원 읍장을 시작으로 19개 읍면동 가운데 7곳을 주민추천으로 선출했고,경남 고성군은 지난 12일 고성읍장 주민추천제를 실시해 다른지역 여성 부면장을 선출했다.이 같은 흐름은 연공서열 중심의 공직사회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강원 도내에서도 내년에 민간인 출신 읍면동장이 나올 것 같다.이재수 춘천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읍면동장 개방형 공모를 내년 중순쯤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시장은 올해 초 읍면동장 개방형 공모제를 추진했으나 공무원 노조의 반발로 후퇴했다가 재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읍면동장의 직선제는 1956년과 1960년 등 두 차례 시행했으나 1961년 군사쿠데타로 임명제로 전환됐다.1995년 도지사,시장·군수를 직접 선출하는 지방자치 시대가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다가 최근 직선 선출 방식으로 달라지고 있다.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맞는 자치분권 시대가 오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읍면동장 개방형 공모 확산 이면에는 인구 소멸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일선 시군의 생존 전략이 숨어있다.정부는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대출규제 등 호들갑을 떨지만,대부분의 지방은 부동산값 하락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관심조차 없다.모든 정책이 서울 중심이다.그래서 우리나라는 지역 없는 서울 도시 국가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라고 했다.시군의 지역공동체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읍면동장은 공무원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다.

제4차 산업혁명 무한 경쟁 시대에도 공직사회에서 읍면동장은 아직 주민들과 술만 잘 먹으면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지난해 6월 홍천의 한 면장은 특정 군수 후보의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입건되는 등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는 시장·군수 전위대 역할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읍면동장은 이·통장 임면권을 갖는 등 지역발전의 절대적 영향이 있는데도 면장은 대부분 사무관 승진자가 맡는다.고참 사무관이 면장으로 전보되면 좌천된 것으로 오해받는다.

이 같은 공직사회의 현실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읍면동 지역의 미래는 없다.읍면동장에 예산과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세상은 저절로 발전되지 않는다.누군가의 땀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2020년대가 시작되는 내년에는 도내 여러 시군에서 민간인 출신이나 주민 추천으로 읍면동장이 선출돼 자치분권을 통한 읍면동 행정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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