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부리다,폼재다,허세부린다 등의 속된 표현인 ‘가오잡다’는 일본말로 얼굴을 의미하는 ‘카오(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의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가 동료 형사에게 “우리가 돈이 없지,가오가 없냐”라고 한 말로 알려지기 시작했다.허세가 많지만 ‘직업적 자존심’이 강한 서 형사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현실과 타협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한 대사다.

‘가오’라는 말은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강수연씨가 자주 썼다고 한다.강수연씨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풀죽어 있던 동료들에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며 힘을 북돋웠다고 한다.영화 ‘베테랑’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강수연씨의 이 말을 기억했다가 영화에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해 주변과 마찰을 빚었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 말을 썼다.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임명한 다음날인 9월 10일자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한 진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이제 자유다”라는 글을 쓴 것이다.

‘딸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도 지난 20일 선고 전 마지막 공판에서 “국회의원이 가오가 있지…”라고 말했다가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김 의원은 “가오라는 표현 죄송합니다.자존심과 체면이 있지.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채용을 부탁하진 않습니다”라고 정정하기는 했지만 ‘가오’라는 단어를 얼떨결에 내뱉은 것이다.

직업적으로는 검찰과 기자들의 ‘가오’가 센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좋은 의미라기 보다는 집단이기주의와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이런 검찰이 부인이나 자녀 문제가 아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지난 8월 장관 지명이후 4개월 넘게 이어져 온 ‘조국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은 것인데 검찰의 ‘가오’가 설지,추락할 지 두고볼 일이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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