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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플리마켓 여는 우리동네 간식점 “누구나 재능 펼치세요”

[커버스토리 이사람] 박은정 춘천 ‘맛이 예쁜 집’ 대표
지역농산물 활용 먹거리 판매
월 1회 무료 개방·바자회 개최
자격·품목 등 제한없이 참여
“자신감 없는 주부 용기 주고파”

권소담 kwonsd@kado.net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10 면
▲ 박은정 춘천 맛이 예쁜 집 대표가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최유진
▲ 박은정 춘천 맛이 예쁜 집 대표가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최유진


춘천 후평동 주택가의 한적한 골목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마다 장사진이 펼쳐진다.생활공예와 전통음식을 접목한 수제간식 전문점 ‘맛이 예쁜 집’에서 열리는 해피에코 바자회·플리마켓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다.2년 전 박은정(59)대표가 개업한 ‘맛이 예쁜 집’은 직접 빚은 시래기 만두와 수제 간식 등으로 춘천지역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우리 나이 또래 주부들이 재능이 많아도 자신감이 없어요.그게 안타까워 이들이 마음껏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 했습니다.”

최근 맛이 예쁜 집이 더욱 주목받게 된 계기는 가게 공간을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주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해피에코 바자회 및 플리마켓을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한달에 한번 가게를 대중에 개방하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가지고 나온 중고품 또는 공예품,먹거리 등을 판매한다.참가자격과 판매품목에는 제한이 전혀 없다.벌써 4번의 장이 열려 100여명의 사람들이 해피에코 바자회와 플리마켓을 찾았다.

▲ 박은정 춘천 맛이 예쁜 집 대표가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최유진
▲ 박은정 춘천 맛이 예쁜 집 대표가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최유진

춘천 주민들의 사랑방은 주변에 용기를 전하고자 하는 박은정 대표의 철학으로 생겨났다.연고가 없는 강원지역으로 귀농한 후 요리 공부를 통해 마음 수양을 하고 사업에 용기를 얻었던 경험을 이웃들에게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박 대표는 “손님들이 저보고 ‘속도 없는 사람’이래요.그런데 이만큼 나이먹고 한두푼 더 버는 게 중요한가요.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직하게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건강한 정신과 용기도 함께 나눠야죠”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박은정 대표는 결혼 후 생활공예를 공부해 대전에서 공예 관련 강사생활을 했다.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남편의 사업이 기울면서 1997년 횡성으로 터전을 옮겼다.평생 도시에서 살아온 박 대표에게 농촌 생활은 모든 것이 힘겨웠다.2002년 이웃의 권유로 참가한 횡성 한우축제 김치담그기 대회에서 수상한 이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게 된 그는 평소 관심이 있었던 요리 공부를 전문적으로 시작했다.8년간 매주 서울을 찾아 전통음식연구가인 윤숙자 선생을 사사했다.2015년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발효·효소부문 대상(식품의약품안전처장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솜씨를 바탕으로 2017년 춘천에 맛이 예쁜 집을 창업한 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 먹거리와 수제 간식이 인기를 얻었다.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박은정 대표의 눈에 20년 전 자신처럼 자신감이 결여돼있는 이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단골손님들 중 뜨개,퀼트,옷 만들기 등에 재능이 많은 주부들에게 각자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 생각했다.

▲ 춘천 맛이 예쁜 집(대표 박은정)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매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플리마켓을 운영한다.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중고물품 등이 거래된다.
▲ 춘천 맛이 예쁜 집(대표 박은정)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매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플리마켓을 운영한다.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중고물품 등이 거래된다.

플리마켓은 가게를 임대하는 것 보다 영업부담이 적어 영세 규모로도 도전하기 쉽고 시장성을 확인해 향후 개업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박은정 대표는 “맛이 예쁜 집이라는 상호에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20년간 요리를 연구해온 제가 선보이는 ‘맛’에 대해 ‘예쁘다’는 단어를 통해서 자존심과 자부심을 표현하려 했습니다.이렇게 재주가 예쁜 이웃들도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설명했다.

플리마켓에서는 중고물품도 거래된다.쓸만한 물건들이 쉽게 버려지고 자원이 낭비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마련했다.재능을 나눠 ‘행복’하고,폐자원 활용을 통해 ‘자연’을 생각하는 ‘해피에코’ 바자회·플리마켓이다.이에 공감한 주변 사람들이 바자회 물품을 기증해 동참하는 등 지역사회 내 파급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박은정 대표는 맛이 예쁜 집이 춘천지역의 사랑방으로 역할하길 꿈꾼다.박 대표는 “직접 만든 물건을 시장에 선보이고 판매하는 경험은 청소년들에겐 큰 경제 공부가 됩니다.사회교류 기회가 적은 주부들에게는 자신감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조금 덜 벌더라도 더 건강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라고 덧붙였다. 권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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