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호 전 속초시행정동우회장

▲ 장세호 전 속초시행정동우회장
▲ 장세호 전 속초시행정동우회장
가장 쉽고도 위험한 게 이분법적 생각이다.낮과 밤,남자와 여자는 반대인가.그저 다른 존재일 뿐이다.음양의 이치에서 봐도 그렇다.음양은 둘로 나눌 성질이 아니다.하늘이 양이지만 흐린 하늘은 음이다.낮의 하늘은 양이지만 밤의 하늘은 음이다.하늘에는 맑고 흐림이 없이 왕래하고 밤낮이 오고간다.땅이 음이라고 하지만 늘 음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봄·여름의 땅은 양이지만 가을하늘의 땅은 음이고,동쪽 산비탈은 오전은 양지가 되고 오후엔 음지가 되며 서쪽 산비탈은 반대다.물 또한 흐르는 물은 양이지만 고여 있는 물은 음이다.온갖 목숨이 한번 양이면 한번 음을 누리고 생은 사를 쫓아가는 원 둘레 돌기와 같다.

그럼에도 선과 악,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이 우리 사회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그러나 자신의 주장도 하나의 이야기 일 뿐이라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서로 다른모습,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차별없이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그런 재미있는 세상이 될 수 없을까.

필자는 행정 공무원으로서 35년간 지방행정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반목과 갈등이 상상 외로 많음을 실감하고 있다.개인 간의 반대 주장은 마치 시소 게임처럼 평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그래도 중간에서 적절히 중재를 하고 서로 양보해서 균형점을 찾으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그러나 사회적,국민적 갈등은 또 다른 차원이다.여기서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형국이 안타깝기만 하다.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내 총생산(GDP)의 27%를 사회적 갈등관리비용으로 사용하며 모든 국민이 매년 1인당 900만원씩 연간 최대 246조원을 사회적 갈등해소에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타협과 조정의 자리를 만드는게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이들을 설득하고 협력하도록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자 정치의 본질이 아닌가.아직도 정쟁과 편가르기로 사회를 둘로 쪼개려는 자들의 선전 선동이 난무하다.세상은 바뀌었는데 인식의 틀은 골동품이다.

원스턴 처칠은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다.이념 간 세대 간 갈등이 불균형과 편견이 광장에 흩어지는 낙엽처럼 사라져가고 품격과 공존의 봄이 움트는 날을 기다려본다.그래서 광장이 반목의 정치가 아닌 문화의 정취가 흐르는 곳으로 변하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이런 사회경제 구조적 제약 속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 분야의 석학들은 새로운 문제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집단적 지혜와 대응을 통한 ‘조정능력’이 결정적이며 특히 이를 위한 다양한 형태 및 수준의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실제 조정능력이 뛰어난 나라들이 대체로 사회적 대화가 발달한 나라라는 것이 역사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디지털 기술의 문명적 이점을 사회적 대화와 연결하면서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적 리스크가 사회통합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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