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연
여기 세월교
강물위로 하염없이 내리는 봄비는
수천수만의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강폭을 넓히고 있다
어느 먼 기억 속으로 흘러가는지
저 알 수 없는 소곤소곤 강물의 속삭임
셀 수 없는 생을 다 하고도
다시 돌아와 흐르는 유장한 강물의 나이는
그저 무심으로만 잴 수 있다네
내 나이 묻지 말라고 피어나는 자욱한 물안개
그렇게 젖은 세월이
콧구멍 다리를 지나고 있다
세월교에 세월이 가는 소리
어디선가 가늘게 깔리듯 들려오는 오카리나 음악 속에
한 시인이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