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구룡령 겨울산행
아홉마리 용 승천 가로막은 산세
과거 선조들의 산지·해안 오가던 통로
한계령·미시령 대비 원형 가장 잘 보존
양양서 정상 도착, 홍천방향 트레킹 시작
역사적 흔적·우리말 지명 재미 더해

[강원도민일보 최훈 기자] 백두대간의 사계는 언제나 아름답다.산을 온통 붉게 물들였던 단풍이 모두 져버리면 산은 쓸쓸해지지만 겨울이 되면 산은 이내 눈꽃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사시사철 산의 모습이 제각각이듯 산행하는 맛도 계절마다 다르다.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된 산행도 묘미가 있지만 한나절 가볍게 걷는 겨울산행에도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해가 짧은 겨울산행은 무리한 코스 보다는 가볍게 걸을 수 있는 트래킹 코스가 안성맞춤이다.


양양 구룡령옛길 산행은 가볍게 걷는 한나절 산행으로 제격이다.아홉마리 용이 승천하다 험한 산세에 막혀 오르지 못했다는 구룡령은 홍천군 내면 명개리와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 걸쳐 있다.1089m 높이의 주변이 설악산,점봉산,오대산 등 백두대간 장벽으로 인해 산지와 해안지역을 오가기 힘들었던 시절,영동과 영서를 연결해 주는 통로였다.

구룡령 하면 대부분 지금 차가 다니는 국도 56호선을 떠올린다.하지만 국도 56호선 구룡령은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들이 자원수탈 목적으로 구룡령 고개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 개설한 비포장길을 1994년 포장한 도로다.이 도로는 일제 당시 지도에 ‘구룡령’으로 표기하면서 잘못 알려지게 됐다.역설적이게도 구룡령옛길은 잘못 알려지면서 한계령이나,미시령,대관령 등에 비해 원형이 가장 잘 보전돼 있는 길로 남아있다.

구룡령옛길 산행의 가장 좋은 방법은 양양쪽에서 차편으로 구룡령 정상에 도착한 후 홍천 방향으로 100여m 아래에 있는 계단에서 시작하는 것이다.초입새에서 계단을 따라 20여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보면 곧바로 구룡령옛길 정상이 나온다.여기부터 곳곳에 우리 선조들이 이 길을 어떻게 다녔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 흥미롭다.

일제시대 때 숯을 구웠던 채탄장,철광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굴,일제가 철광석 반출을 위해 만들었던 삭도길 등 수탈의 쓰디 쓴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다.또 구룡령 중간지점에 소나무가 많다고 이름 붙여진 ‘솔반쟁이’,양양수령을 업고 달리다 죽었다는 ‘묘반쟁이’,장례때 나무뿌리가 관을 뚫지 못하게 하기 위한 횟돌이 많다고 해 유래됐다는 ‘횟돌반쟁이’ 등 정겨운 우리말 지명도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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