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00세의 김형석 명예교수 에세이집
신앙·현실 조망하는 철학적 시각 담겨
종교보다 ‘사랑’의 전인류적 역할 강조
“모든이 행복하려면 사랑으로 올라가야”

▲ 김형석 지음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 김형석 지음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강원도민일보 김여진·김진형 기자] 올해로 만 100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올해 첫 신앙 에세이집을 펴냈다.인류에게 신앙이 왜 존재하는가를 묻는 궁극적 질문에 대한 대답을 풀어내기 위해서다.김형석 교수는 에세이집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를 통해 꼭 1세기,100년의 생애 동안 신앙과 현실 가운데 쳐진 울타리 위에 올라 양쪽을 모두 조망했다.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인류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것으로 대다수가 믿는 과학기술 분야 쪽으로 온통 쏠린 듯 했지만 종교적 철학 또한 그 가운데 농익어 왔다.

김 교수는 종교가 태어나게 된 이유와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실존적 이유,그 힘에 대해 설명해 왔다.특히 종교 사상은 개인적 믿음 뿐 아니라 철학 연구에도 핵심적 도움을 줬다고 고백한다.서양 철학의 경우 종교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범위가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서양 철학과 역사를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바로 종교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종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김 교수의 의견이다.보다 긍정적인 힘과 절망에서 벗어나려는 희망의 의지,믿음의 바탕 위에서 종교는 힘을 발휘한다.반면 이같은 가치에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일반적 도덕론이나 이성으로 이해하는 과학,논리,권력 등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종교는 필수가 아닐 수 있다.김 교수가 늘 강조하는 것은 ‘사랑’이다.‘철학의 집’이 있는 양구 인문학박물관을 오가며 활발히 진행한 강의에서 그는 행복과 사랑의 연관성에 대해 역설해 왔다.김 교수는 일본 유학시절 만난 목사님과의 일화를 회상하며 그런 철학을 풀어냈다.

그는 “자주 저녁을 얻어 먹곤 하던 목사님 댁이 있었다.그런데 여름방학이 끝난 후 목사님께서 세상을 떠났고 내게 편지를 남겼는데 ‘사랑이 없으면 행복이 없다’는 내용이었다.모든 사람이 행복하려면 사랑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은 정의라고 생각했다.의롭게만 살면 두려울게 없다는 생각이었다.하지만 이제는 사랑이다.사랑이 가진 뜻을 많이 느껴보는 것 자체가 귀한데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힘”이라고 했다.그는 “윤리와 도덕이 중심인 가운데서도 행복을 위해 사랑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논리다.손에 잡히는 당장의 소유를 넘어 보다 고차원적인 목표와 신념,영원에 대한 갈망을 가졌다면 100세 교수의 신앙 에세이를 통해 새해 묵상시간을 가져볼만하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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