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5명·중상자 2명 모두 가족·친척 관계로 모임 중 참변

▲ 26일 김재규 강원경찰청장과 김충식 강원도소방본부장,심규언 동해시장이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가스폭발사고 현장을 방문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26일 김재규 강원경찰청장과 김충식 강원도소방본부장,심규언 동해시장이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가스폭발사고 현장을 방문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이재용 기자]동해시 묵호진동에서 발생한 펜션 가스 폭발사고로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가 5명으로 늘었다.이번 사고는 무허가 펜션영업과 LP가스 유출로 추정되는 폭발 등 상당 부분 인재(人災)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폭발사고는 설날인 지난 25일 오후 7시 46분 쯤 동해시 묵호진동 까막바위 인근 펜션 2층 객실에서 발생했다.폭발사고로 객실 투숙객 7명 중 여성 3명과 남성 1명 등 총 4명이 숨지고,나머지 중상자 3명은 전신 화상을 입어 화상 전문 병원을 옮겨졌다.중상자 3명 중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중이던 이모(55·남)씨가 26일 오후 4시 48분쯤 숨지면서 사망자는 총 5명으로 늘어났다.나머지 경상자 2명은 사고 당시 1층 횟집을 이용한 남성들로 치료 후 귀가했다.사고 당시 펜션 객실에 투숙한 7명은 모두 자매와 부부,사촌 등 가족·친척 관계로 설날을 맞아 펜션에서 모임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참변을 당했다.

▲ 26일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폭발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반이 조사를 하고 있다.
▲ 26일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폭발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반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고발생 다가구주택,무허가 펜션 영업

사고가 발생한 펜션은 건축물대장에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 주택’으로 분류된 다가구 주택으로 허가를 받지 않고 펜션 형태로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시에 따르면 사고가 난 동해시 묵호진동의 펜션 건물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됐다.이후 19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 주택으로 용도 변경한 뒤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하지만 해당 자치단체인 동해시에는 펜션 영업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 건물 외부에는 펜션임을 알리는 간판이 버젓이 내걸려 있다.

사고가 난 건물 1층은 회센터와 편의점이 있고 2층은 8개의 객실을 갖춘 펜션 형태로 운영돼 왔다.동해소방서는 지난해 11월 4일 다중이용시설 등 화재빈도와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은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화재안전 특별조사’결과,2층 다가구 주택이 사무실 및 펜션으로 사용한다는 건축 위반사항을 동해시에 통보했다.시는 불법 구조 변경 부분 등에 대해서 올해 시정조치에 나설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사고가 난 다가구주택 건축주가 정식으로 펜션 영업을 등록하지 않고 불법 영업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 26일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폭발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반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26일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폭발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반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고발생 원인조사

동해시 펜션 가스폭발 사고를 조사 중인 합동 감식반은 LP가스 유출과 휴대용 가스버너의 연이은 폭발로 추정하고 있다.

합동 감식반은 당시 사고가 1~2분 간격으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주목하고 LP(액화석유)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에 이은 휴대용 가스버너가 차례로 폭발했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또한 사고 현장 LP가스 배관 상태나 휴대용 가스버너 유·무,객실 내 또 다른 발화 물질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사고가 난 객실의 조리용 연료 시설은 LP 가스레인지에서 최근 인덕션으로 교체됐으며 난방 시설은 전기로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인덕션으로 교체된 객실에 LP가스 배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경찰은 사고 객실의 조리 기구와 연료를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LP가스 배관 마감처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또한 외부의 가스통에서 건물 2층으로 이어지는 배관망이 있어 LP가스 유출이 1차폭발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 지난 25일 박생한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 지난 25일 박생한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고 객실 이용객들이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그러나 휴대용 가스버너 폭발만으로는 사망자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고 중상자도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상당한 폭발력을 충분히 설명하기에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차례 발생한 폭발력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폭발 당시 섬광의 크기 등으로 볼 때 LP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에 이은 휴대용 가스버너 폭발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며 “인덕션 교체 과정에서 LP가스 배관의 마감을 철저히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합동 감식은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한국가스안전공사,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이 참여해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 30분 가량 진행됐으며 현장에서 수거한 일부 유류물 등을 국과원으로 옮겨져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 지난 25일 발생한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폭발사고 현장,검게 그을린 내부가 당시의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
▲ 지난 25일 발생한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폭발사고 현장,검게 그을린 내부가 당시의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

■사고대책

동해시는 사고발생 직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신속한 사고수습에 들어갔다.시는 우선 사망자에 대한 장례절차를 유가족과 협의하는 한편 사상자별로 일대일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지원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또한 사고발생 건축물에 대한 위법사항 실태조사를 통해 이행강제금 등 행정처분을 조치할 계획이다.이어 무신고 숙박업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영업신고 적법절차를 안내하고 미이행 시 고발조치할 예정이다.한편 강원경찰청은 광역수사대와 동해경찰서가 주축이 된 합동 수사팀을 편성했으며 수사 전담팀장은 지방청 형사과장이 맡아 이번 사고조사를 지휘하기로 했다. 

▲ 26일 합동감식이 끝난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가스폭발사고 건물의 검게 그을린 창문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26일 합동감식이 끝난 동해시 묵호진동 펜션 가스폭발사고 건물의 검게 그을린 창문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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