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겨울음악제 9∼25일 개최
메인 8개·찾아가는 음악회 5개
서울 1곳 제외 모두 도내서 진행
손열음 예술감독 실험적 기획
다채로운 장르 혼합형 무대
4개국 피아니스트 협연 주목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 그 사이 어딘가(Somewhere in Between)에 무엇이 있을까.장르를 넘어선 실험적 클래식 무대인 대관령겨울음악제가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2년전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기간과 맞춰 올림픽 유산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이번 음악제는 서울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내에서 열어 도 전역에 음악이 스며들게 했다.강릉·평창·정선 등 올림픽 개최도시 외에도 춘천·원주·철원·고성 등에서 메인프로그램 8개,찾아가는 음악회 5개 등 18번의 무대가 꾸며진다.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정통 클래식을 지향한다면 겨울음악제는 문턱을 낮추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다 폭넓은 관객들을 끌어들인다.평소에 접하기 힘든 세계 민속음악,하이브리드 음악,미디어아트 등을 공연별로 접목,실험에 나선 점이 돋보인다.

손열음 예술감독은 “사람들은 어딘가에 확실히 속하지 못하는 어중간함을 두려워 한다.하지만 예술 안에서라면 이 어중간함이야말로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만들며 충만해질 수 있는 과정”이라면서 “아티스트 자체로 창조성을 상징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했다.각 공연이 모두 독특한만큼 관심 깊게 즐겨달라”고 했다.이번 음악제 프로그램을 4개의 스토리라인별로 미리 살핀다.

■ 베토벤 탄생 250주년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클래식 연주단체들이 앞다퉈 베토벤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이번 음악제의 시작도 베토벤이다.9일 강릉아트센터에서 ‘베토벤 트리오 본’의 첫 내한무대가 개막공연으로 꾸며진다.2005년 베토벤의 고향 독일 본에서 구성된 팀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미카엘 오브러츠키와 첼리스트 그리고리 알럼얀은 2015년 피아니스트 이진상을 영입,함께 하며 ‘고도로 표현된 열정’이라는 극찬을 받았다.베토벤,쇼스타코비치,멘델스존 등을 연주하는 정통 실내악으로 올 여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방향성도 미리 엿볼 기회다.



■ 그 사이 어딘가에

클래식,재즈,라이트 클래식,크로스오버,집시음악 등 다채로운 장르 혼합형 무대가 올해도 이어진다.가장 지역적이면서 세계적인 연주를 펼치는 ‘마케도니시모’는 첫 내한공연에서 마케도니아의 민속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이 팀의 피아니스트 시몬 트릅체스키는 2002년 데뷔음반이 그라모폰의 ‘올해의 데뷔 앨범’에 선정되기도 한 아티스트다.한국계 네덜란드인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와 ‘불같은 첼리스트’로 불리는 제프리 지글러는 일렉트로닉,재즈,아방가르드를 비롯해 라디오헤드와 레너드 코헨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글래스,윤이상 등 20세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을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쥘 아팝이 결성한 4중주팀 ‘컬러스 오브 인벤션’은 자유롭고 정열적인 집시음악이 아코디언과 함께 녹아드는 무대를 선보인다.또 칙 코리아 등 세계 최고의 재즈뮤지션들과 협업,2003년 그래미에도 노미네이트 됐던 ‘마코토 오조네’가 자신의 밴드와 함께 퀸텟으로 무대에 서고,두 대의 피아노와 독특한 장치로 로큰롤과 클래식 사이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LP듀오’까지 개성 뚜렷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 평화의 멜로디

21∼23일 강릉과 고성,철원에서는 분쟁의 아픔을 가진 4개국 피아니스트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피스풀 뉴스’라는 타이틀 아래 원주 출신 손열음,평양국립교향악단 출신 김철웅,이스라엘 출신 야론 콜버그,팔레스타인 출신 비샤라 하로니가 뭉친 ‘듀오 아말’이 평화의 가치를 전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5년 손 감독이 예술감독을 맡기 전부터 계획해 온 프로그램으로 스메타나의 ‘몰다우’ 등을 연주한다.솔로,듀오,콰르텟을 오가며 오케스트라처럼 펼쳐질 피아노 선율이 기대를 모은다.


▲ 대관령겨울음악제가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사진은 지난해 열린 ‘겨울 나그네’ 공연 모습.
▲ 대관령겨울음악제가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사진은 지난해 열린 ‘겨울 나그네’ 공연 모습.


■ 겨울에는,겨울나그네

한 이방인의 죽음을 향한 여정을 그린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를 각색한 대관령겨울음악제의 시그니처 무대가 돌아온다.차진엽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안무감독의 연출과 미디어아트가 합을 이루는 공연이다.작곡가 손일훈의 편곡으로 가곡의 노랫말을 낱낱이 걷어내는 대신 현대적 기악곡으로 연주된다.손 감독은 “기악과 성악은 상당히 다른 분야다.성악이 말소리의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악은 추상적 효과에 더 집중한다”고 했다.첼리스트 송영훈,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피아니스트 이진상이 무대에 오른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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