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인 칼럼]

중국 후베이(湖北)성 성도(省都)인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어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에서는 감염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하면서 보건 분야는 물론 관광과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도내에서는 12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강릉시내를 활보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발칵 뒤집혀 지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가족이나 친구끼리의 여행을 취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으며 외출할때는 마스크로 입을 가리는게 일상이 됐다.주변에서 중국말이라도 들리면 주변이 쫙 갈라지는 ‘홍해의 기적’을 연출하기도 한다.‘일상의 불편함’은 중국이라는 나라나 중국인에 대한 ‘포비아’(공포증)로 이어지고 있다.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이나 중국인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유튜브에는 “우한 폐렴은 중국 공산당의 생화학 무기”라는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요청’에 대한 참여인원이 60만명을 넘어서는 등 ‘혐오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전염병이 돌면 원인을 추적하면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했을때 ‘아프리카인들이 만진 물건에 손만 대도 에볼라에 걸린다’는 괴소문이 진실처럼 돌았고 지난해 1월 홍역이 유행했을 때에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퍼트렸다’는 풍문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의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이번에도 다를바 없다.확진환자가 발생한 지역 식당에는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고 중국인 밀집지역에 배달을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등 중국인이나 중국동포를 향한 ‘혐오 바이러스’는 인터넷을 넘어 현실에서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에 맞게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무시하는 ‘확증편향(Confirmatory Bias)’이 ‘혐오 바이러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확증편향이 ‘신종 코로나’보다 더 빠른 ‘혐오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세계보건기구가 새로 발병되는 병명에 대해서는 지리적 위치 등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웠는데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명칭을 변경했다’는 등의 일부 언론사 보도도 혐오를 키우는데 한 몫 하고 있다.정치권도 다르지 않다.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중국인 입국금지’등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고 ‘정부와 언론을 믿지 못하겠으니 SNS를 보자’는 식의 선동을 하고 있는 데, 이런 행위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정략적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공포를 부추기는 음모론이나 허위 정보들이 바이러스만큼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음모론’이 독버섯처럼 퍼질수 있는 기저에는 질병 관리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만 ‘혐오 바이러스’ 전파력이 ‘신종 코로나’ 전파력보다 더 우세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정부는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신뢰를 얻어야 하고, 시민들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성적 판단으로 ‘혐오 바이러스’를 방어해야 이 난국을 헤쳐 나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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