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지배 옹호 기존 인식 재조명
자본주의 내 자연소외현상 비판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출판
”자본주의 농업은
토양을 고갈시킬 수 밖에 ”

마르크스 철학은 유물론,공산주의,인간 중심 등으로 대표된다.마르크스는 생태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치부했다.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오히려 옹호해 왔다는 것이다.이러한 인식은 1980년대 이후 폴 버켓과 존 벨러미 포스트가 마르크스 사상이 생태위기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고 주장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사이토 고헤이의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또한 생태학적 관점에서 마르크스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후기 저작물까지 꼼꼼히 연구한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1부 ‘생태학과 경제학’에서는 자본주의에서 자연의 소외현상을 다루면서 정치경제학 비판으로 논지를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물질대사’라는 소재를 이용,토지 소유의 문제가 자본주의에서 노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분석으로 밝힌다.물질대사란 조합,흡수,배설을 통해 과거의 화합물과 새로운 화합물 사이에 끊임없이 이뤄지는 유기적 교환 과정을 뜻한다.

2부 ‘마르크스의 생태학과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EGA’에서는 토지의 개량과 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했던 농업 이론가들(유스투스 폰 리비히,카를 프라스 등)이 토양을 둘러싼 여러 이론들을 내놓고 서로 주고받았던 논쟁들을 정리하면서 토양 비옥도의 문제가 어떻게 자본주의 착취와 약탈 체제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밝힌다.

특히 마르크스는 리비히가 주장한 토양의 생산성이 토양의 양분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흥미를 보이면서 농업 사회에 자본이 집약됨에 따라 발생하는 근대 농업의 문제를 지적한다.화학비료를 강도높게 사용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본주의 농업은 토양을 고갈시킬 수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저자는 ‘자본 3권’이 미완성으로 남은 이유 또한 마르크스의 인식이 생태적 사회주의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마르크스는 초기 저작인 ‘공산당 선언’에서는 생산력을 토대로 자본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말년에는 오히려 리비히와 프라스의 글을 읽으며 대규모 벌목 문제를 검토했고 이로 인한 기후변화를 우려했다.결국 과학의 발전이 자본주의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역설하며 지속가능한 생산 형태의 실현만이 현재의 생태위기를 극복하는 길임을 강조한다.

한편 저자 사이토 고헤이는 오사카시립대 경제학연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 책으로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주는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2018년 최연소로 수상했다. 김진형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