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 7년만의 장편소설
휴머노이드로봇에 현실사회 반영
상징적 의미 찾아내는 재미까지
전자책 선공개 SF장르와 시너지
책방 살리기 행보와 달라 우려도


▲ 소설 ‘작별인사’ 오디오북 작업에 참여한 박정민의 북 트레일러 영상 스틸컷.
▲ 소설 ‘작별인사’ 오디오북 작업에 참여한 박정민의 북 트레일러 영상 스틸컷.

[강원도민일보 김여진·김진형 기자]화천 출신 스타작가 김영하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SF장르의 장편소설 ‘작별 인사’다.지난 2013년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무려 7년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이번 작품은 전자책 정기구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선공개됐다.전통적 방식의 책 출판이 아니라 ‘구독경제’ 모델을 택한 것.국내 정상급 작가가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화제성 외에도 기존과 다른 출판 방식으로 여러 방면에서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 7년만의 SF장편

김 작가의 SF소설 출간은 처음이 아니다.PC통신 시절부터 장르 소설에 입문한 김 작가는 2010년 단편 ‘로봇’으로 SF소설을 선보였었다.최근 국내 SF소설의 강세에 비춰보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다룬 다소 평이한 소재다.다만 현실의 사회성을 반영하는 김 작가 특유의 흡인력으로 부담 없이 읽힌다.

‘작별 인사’는 남북이 통일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의 보급이 일상화된 세상을 담고 있다.평양의 로봇연구소에서 인간과 가장 가깝게 만들어진 17세 휴머노이드 로봇 ‘철이’는 무등록 휴머노이드 압류법이 통과되면서 로봇 보관소로 납치 당한다.복제인간 ‘선이’와 휴머노이드 ‘민이’를 만나면서 자신이 로봇인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그 과정에서 로봇이 인간을 파괴하기 보다는 인간 스스로 번식을 중단하고 자멸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가파르게 전개된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 등 몇 가지 상징적인 장치도 심어져 있다.철이,선이,민이는 모두 인간과 조금씩 다르다.특히 철이는 인간의 마음을 갖기 원하는 양철나무꾼을 연상시킨다.철이는 “나는 정말 마음도 없는 양철 나무꾼일까.나도 선이의 저 진실한 마음,모든 것을 깊이 느끼는 그 마음을 갖고 싶었다”고 되뇌인다.또 철이 집에서 기르던 로봇고양이 이름은 ‘데카르트’다.육체를 떠나 클라우드 세상을 떠도는 철이는 데카르트 몸 속에 들어가 잠시 머물기도 한다.영혼과 육체가 분리돼 있다는 심신이원론을 주장한 철학자 데카르트를 생각하면 더 재밌는 발상이다.

작가는 작중 인물을 통해 로봇을 대하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설명한다.단순 데이터의 집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로봇 연구자인 철이 아버지 김 박사는 “인간들이 참 무정한게,자기들은 어둡고 우울한데 휴머노이드는 밝고 명랑하기를 바라거든요.자의식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확고하면서 생각이 많은 휴머노이드 주세요,하는 고객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어요”라며 철이를 만든 이유를 설명한다.

김 작가도 작가의 말에서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간단하지가 않다.얼마나 위태로운 믿음 속에서 우리는 가까스로 살아가는 걸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 출판 혁신,상생도 성공할까

김 작가의 이번 신작은 기존과는 다른 출간 방식으로도 화제를 모았다.월정액 방식으로 보는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먼저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 시작한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서다.월 구독료를 내면 전자책 서비스와 함께 종이 책도 배달해 준다.SF소설은 전자책과 잘 맞는 장르라는 점에서 이번 김 작가의 신간 출간은 더욱 시너지를 내는 분위기다.일반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오는 5월쯤 만나볼 수 있다.배우 박정민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북트레일러’도 제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박정민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철이를 어두운 톤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영상과 디지털을 아우르는 새로운 마케팅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이다.최근 책을 주제로 다룬 한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김 작가는 “더 넓은 의미의 책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종이책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서도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김 작가는 밀리의 서재 광고모델이기도 하다.다만 동네책방 살리기에 관심 갖고 지난 해 베스트셀러 ‘여행의 이유’의 경우 동네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에디션을 따로 내는 등 상생을 강조해왔던 행보와 다소 배치돼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

밀리의 서재는 김훈,백영옥,공지영 등 국내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신작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독서모임 등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이같은 행보가 침체된 도서시장을 확장시키는 상생의 구독경제 모델이 될지,아니면 스타 마케팅에만 매몰돼 일반 출판업계와 신인 작가의 창작권리,지역 서점 등이 설 곳을 오히려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지의 문제가 남아있다.당분간 출판·문학계의 최대 이슈로 회자될 수밖에 없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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