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록 편집부국장

▲ 송정록 편집부국장
▲ 송정록 편집부국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불쑥 최문순 지사에게 전화했다.뜬금없는 19일 수요일 아침이다.조 장관은 자신이 화천 산천어축제를 비하한 것을 두고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했다.

정부 부처 고위관료들의 설화는 이번 정권의 일만은 아니다.수많은 장차관들과 고위 관료들이 말실수로 옷을 벗거나 곤욕을 치렀다.그러나 시기가 문제다.이번 발언은 참 미묘하고 고약한 시기에 나왔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 거의 올인한 상태다.청와대와 정부의 필수 자원들이 총선으로 향했다.강원도 재선 의원 출신인 이광재 전 지사까지 끌어들였다.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여야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 상황에 강원도와 대척점에 서있는 환경부의 수장이 모처럼 던진 말이 지역 주민으로 봐서는 다소 굴욕적인 “생명을 담보로한 향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산천어 동정론이었다.문재인 정부 들어 환경부와 강원도가 사사건건 부딪힌 현안은 일일이 예를 들기 어려울 정도다.환경을 이유로 사사건건 반대한 ‘전지적 환경부시점’으로 이해하자면 강원도민들의 삶은 설악산 산양이나 접경지역 멧돼지,화천 산천어에 의해 주어지거나 종속된 것이다.

정부 정책과 강원도 입장이 서로 다를 수는 있다.문제는 현 정부의 강원도에 대한 부정적인 정책 결정이 유난히 도정 사상 최초의 여당 지사인 최문순 지사의 3선 이후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강원도에서 유례없는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지난 2018년 이후 현 정부는 최 지사의 과거 야당 지사 시절보다 더 혹독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얼마 전 여의도에서 만난 김대중 정부 당시 핵심 인사가 그 해답을 제시했다.국민의 정부에서 고위직까지 지낸 호남 출신의 이 정치인은 “국민의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이상한 자신감으로 넘쳤다.그러나 그것이 자만으로 빠지고 결국 국정운영이 흔들리는 시발점이 됐다”고 기억했다.이어 “문재인정부는 그 시점이 2018년 지방선거라는 생각이 든다.이 정부도 이유없이 지방선거에서 크게 이기고 자만심에 빠진 것 같다.그래서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지방선거의 압승은 현 정부에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았을 것 같기는 하다.선거 승리 이후 지역별로 넘치는 기대와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더라도 사사건건 지역과 대립하고 실언(失言)으로 본인의 속내를 드러내는 건 ‘지역을 만만히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에 충분하다.환경부 장관이 이해당사자인 최문순 화천군수와 화천군민을 건너 뛰고 최문순 지사에게 전화로 간접 사과한 것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심지어 지역에서는 “최문순 군수 전화번호를 잘못 누른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돌 정도다.

환경부장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다.그리고 지역에 대해 좀 더 겸손한 자세가 절실하다.근거없는 자신감이 어떻게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지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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