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인제 고로쇠 수액 채취
방태산 천연산림 고로쇠나무서 채취
10도 내외 일교차 등 최적 조건 갖춰
고혈압·위장병·신경통 등 치료 효능
7번 이상 정화 거친 최상의 맛 자랑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 경칩을 앞두고 있는 지금,깊은 산골짜기에도 눈이 녹으면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봄이 오면 산촌마을의 손도 덩달아 바쁘다.‘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고로쇠 수액 채취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고로쇠 수액을 먹고 있는 아이들

▲ 고로쇠 수액을 먹고 있는 아이들
봄이 다가오면서 나무들이 땅속에서 서서히 물을 빨아올린다.산에는 많은 양의 물을 빨아올리는 나무들이 있다.고로쇠를 포함한 다래나무,가래나무,물박달나무,단풍나무,토종 자작나무,신풍나무 등.나무에 구멍을 뚫거나 가지를 꺾으면 물이 떨어지는데,그 중에 고로쇠 수액이 가장 맛있다.

인제 고로쇠 수액은 맛이 좋기로 전국에서 유명하다.올해 고로쇠 수액 채취는 20여일 정도 빨라졌다.아마도 날씨 등의 영향이 큰 듯하다.다른 지역과 다르게 인제에서는 보통 3월초에 시작해 4월까지 이어진다.경칩 무렵에 채취하는 게 영양과 맛 등에서 효능이 가장 좋다고 전해지고 있다.지구 온난화 등으로 채취시기가 해마다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현재 남면 상수내리 일대에서 상수내리 작목반 반원들의 고로쇠 수액 채취를 시작으로 방태산 자락에 위치하면서 고로쇠 마을로 알려진 상남면 미산리마을에 이르기까지 인제지역에는 고로쇠 채취가 한창이다.인제국유림관리소는 고로쇠 수액 채취철을 맞아 국유림보호협약을 체결한 마을을 대상으로 고로쇠수액 양여신청을 받아 무상양여를 했다.지역내 고로쇠수액 양여승인 마을은 모두 9개 마을로 국유림 134ha에서 수액 7만8284ℓ를 양여했다.방태산 천연산림에서 얻어지는 미산계곡의 고로쇠 수액은 최상의 맛을 자랑한다.인제고로쇠수액은 지난 2014년 10월21일 50번째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됐다.

인제 고로쇠 수액은 고산지대인 청정지역에서 채취되고 있다.밤에는 영하 3~5도,낮기온은 영상 8~10도 내외를 유지해 가장 수액을 잘 빨아올릴 수 있어 맛 좋은 고로쇠가 만들어 질 수 있는 10도내외의 일교차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로쇠 수액을 매일 채취할 수 있는 건 아니다.바람이 불거나,흐리거나,비 오거나,일교차가 거의 없는 따뜻한 날에는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고로쇠 수액은 단풍나무과인 고로쇠나무에서 추출하는 수액이다.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 몸통이 수축돼 뿌리로 물을 빨아 올려 줄기안을 가득 채우고,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나무 몸통안의 물과 공기가 풍선처럼 팽창한다.바로 이때 나무껍질에 구멍을 내면 수액이 밀려 나오게 된다.고로쇠 수액 채취 구멍은 3개 이상 뚫으면 안된다.1.5∼2mm정도의 구멍을 내 호스로 연결시켜 물통으로 받는다.수액 채취 후에는 반드시 구멍을 메워줘야 나무가 성장하는데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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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지역 산자락 곳곳에서‘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고로쇠의 수액 채취가 한창이다.
고로쇠 수액은 약효도 뛰어나다.알맞은 정도의 당분과 나트륨,마그네슘,칼륨,철분 등 천연 무기성분이 들어있다.산도 7인 알칼리 음료로 고혈압과 위장병,신경통,허약체질,당뇨병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칼슘과 칼륨이 생수에 비해 20배 이상 함유돼 있어 뼈를 튼튼하게 한다.아무리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동의보감의 기록에는 위장병,신장병,관절염 등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언제부터 고로쇠 수액을 채취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삼국시대에 지리산지역에서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에 물대신 고로쇠나무나 거제수나무에서 채취하는 물을 올리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또 고로쇠에 관한 얽힌 얘기는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우리나라 풍수지리학의 시조로 통일신라 말기 승려인 도선국사(827∼898)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백운산에서 수도 정진을 하고 득도에 이르러 참선을 마치고 일어서려고 하는데,무릎이 펴지질 않았다.그래서 무심결에 잡은 나뭇가지가 부러졌고 그곳에서 수액이 흘러 나왔다.도선국사는 수액을 마셨고,무릎이 펴졌다는 얘기다.이 전설 때문에 ‘뼈에 이로운 물’이라해서 ‘골리수(骨利水)’로 불렸고,현재의 고로쇠가 된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자연 그대로의 물’이다.농한기를 맞은 농민에게는 중요한 소득원.말 그대로 ‘자연이 준 봄의 선물’이다.청정 산 기운을 듬뿍 머금은 인제 고로쇠 수액은 7번이상 정화와 살균을 거쳐 이물질을 걸러 낸 순수 물이다.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마시는 미네랄 수액,봄에 만나는 최고의 맛이 아닐까.

진교원 kwchine@kado.net

# 고로쇠 팁

고로쇠 수액은 평소에 물 대신 마시면 되고,많이 마셔도 전혀 부작용이 없을 만큼 부드럽고 순수하다.주스를 만들 때,물김치 담글 때,와플 또는 부침류 반죽 등에 물 대신 넣어도 좋다.고로쇠 물김치 한 통 담아두거나 간장을 담글 수 있다.고로쇠 수액으로 밥을 지으면 약간 단맛이 나지만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된다.고로쇠 수액은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바로 냉장보관하고,최대한 빨리 마시는 게 좋다.시간이 지나 생긴 하얀 침전물은 수액 자체의 섬유질 성분이 천연 자당과 엉켜 응고된 현상으로 인체에는 해가 없다.영하 2∼영상 1도의 냉장 보관해야 신선하고 오래 먹을 수 있다.수액위에 살짝 얼음이 얼 정도의 온도가 좋다.그러나 채취후 10일,냉장보관후 10일정도 지나면 자칫 보관여부에 따라 상할 수 있어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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