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연구기관 간 협업 통해
흥전리사지 고승탑비 일부 접합
서로 다른 세 가지 비석 밝혀져
24일 춘천국립박물관서 특별전

▲ 탑비 조각 중 2점이 접합된 조각 탁본.
통일신라시대 유력 사찰로 추정되는 삼척 도계읍 흥전리사지 절터에서 출토된 고승 탑비 비편의 일부를 접합하는 연구 성과가 나왔다.

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상태)은 삼척 흥전리 절터에서 나온 신라 귀족 출신 고승탑비 비편 일부를 접합,탑비 기록과 조각에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삼척 흥전리 절터는 완벽한 형태의 국보급 청동정병 등이 출토돼 불교계와 학계의 주목을 받아온 곳이다.

이곳에서 나온 비석 조각은 현재까지 홍영호씨에게 기증받은 조각과 강원문화재연구소,불교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조각 등 총 16점이 알려져 있다.지금까지는 각 기관이 이들을 독립적으로 판독,해석해 왔는데 박물관이 이중 14점을 한자리에 모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접합된다는 점을 새롭게 확인했다.서로 다른 3종의 비석 조각들이 섞여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그간 발견된 비편들이 작고 숫자도 적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었지만 관련 연구의 새 국면을 맞았다.

탑비 조각 중 7점이 접합된 조각 우측면 탁본.
탑비 조각 중 7점이 접합된 조각 우측면 탁본.
먼저 7점의 조각이 접합되는 고승 탑비의 경우 양 측면에 고부조의 조각장식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 탑비에 있는 것과 유사한 화려한 양식이다.또 다른 2점은 탑비와 표면마감,서체와 자간 등이 다른 비편 1종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고,나머지 1점의 경우 측면에 장식이 없고 서체와 자간도 다른 점을 미뤄볼 때 서로 다른 3종류의 비석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점을 알수 있다.

또 탑비에 등장하는 계림 출신의 신라 귀족 ‘김 모’는 탑비의 주인공이자 승려일 것으로 막연히 추정돼 왔지만,이번 접합 결과를 통해 승려를 뜻하는 ‘화상(和尙)’이라는 글자가 드러났다. 승려 신분과 탑비 주인공임을 단정지을 수 있게 된 것.이와 함께 접합 과정을 거친 결과 탑비 측면의 조각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조각사 연구 참고자료로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 탑비 조각 중 7점이 접합된 조각.
▲ 탑비 조각 중 7점이 접합된 조각.
앞서 발표된 연구논문 ‘흥전리사지 출초 고승비편의 내용과 흥전리사지의 역사적 성격(최연식,동국대 사학과)’에 따르면 흥전리사지는 9세기 중엽∼10세기 전반 비석 주인공과 문도들에 의해 운영되던 강원 동부지역의 유력한 선종 사찰로 추정된다.앞서 이곳에서는 화려한 청동정병과 청동인장 등 중요 유물들이 출토돼왔다.이를 바탕으로 삼척시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비편 연구 결과도 지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탑비 조각 접합은 국립춘천박물관이 최근 10년간 도내에서 이뤄진 주요 문화재 발굴 성과를 전시하기 위한 자료 조사과정 중 밝혀졌다.불교문화재연구소가 발굴보고서 작성을 위해 보관중인 또다른 비편 2점을 인수하면 추가 사실이 확인될 가능성도 남아있어 박물관은 후속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립춘천박물관 관계자는 “따로 조사,보관해왔던 발굴품들을 통합 연구했을 때 새로운 연구결과와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조사·연구기관간 협업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조용환 학예연구사는 “고승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보다 많은 비석 조각이 수습,접합되면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에 접합된 비석조각과 연구결과는 코로나19로 인한 박물관 휴관연장이 없을 경우 오는 24일 개관하는 특별전 ‘새로 발굴된 강원의 보물’에서 공개된다. 김여진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