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 강릉본부장

▲ 최동열 강릉본부장
▲ 최동열 강릉본부장
#“어르신들이 긴 기다림에도 공적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릴 때,제 한몸 건사하자고 기회를 빼앗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스크를 든 제 두 손이 부끄러웠습니다.그런데 오늘 관리사무소를 통해 시에서 나눠준 면마스크와 필터를 받았습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어린이용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했지만,비싼 가격에 번번이 좌절했습니다.오늘도 엄청 검색하고,또 검색하던차에 일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아이가 말 합니다.어린이용 마스크를 주고 가셨다고.무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최근 강릉시 홈페이지에 감사 인사글이 잇따라 올라왔다.마스크 한두장에 이렇게 고마워하는 걸 보니 코로나19 신종 바이러스 불안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보니 서민들이 의지할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위생’,그리고 ‘마스크’ 뿐이다.노인층과 기저질환자가 훨씬 위험하기에 팔순의 노모와 함께 사는 필자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어서 요즘은 아예 마스크를 끼고 산다.너나없이 사정이 마찬가지니 ‘마스크 대란’이 빚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강릉시가 전례없는 착상을 했다.구하기 어려운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다.지난 9일부터 어린이를 시작으로 전시민에게 면마스크 2장과 교체형 필터가 공급되고 있다.주문 제작한 ‘귀한 몸’ 마스크와 필터를 21만명 시민에게 보급하기 위해 일일이 분류·포장하는 작업에 공무원들이 휴일과 밤을 반납했고,새마을부녀회와 자원봉사센터,여성단체,이·통장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기꺼이 힘을 보탰다.봉제공장이 몰려있는 서울 중랑구에는 공무원 2명이 상주하면서 면마스크 물량을 확보하고,강릉으로 보내는 일에 밤낮없이 매달리고 있다.

강릉의 마스크 제작은 타 지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문의를 하고,정부에서도 모범사례로 분류해 체크할 정도다.한발 더 나아가 강릉시여성단체협의회는 마스크 나눔 실천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기저질환자나 요양시설,간병인 등 더 절실한 이들에게 여분의 마스크를 기부하자는 운동이다.약국에서 마스크 2장을 사서 1장을 기부하거나,마스크 여분이 없으니 기부함에 돈 이라도 넣겠다는 소박한 마음이 나눔 현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자생적 공동체 구휼의 현대판 드라마라고 할 만하다.

돌이켜보면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 극복사였다.고대 아테네 문명의 몰락과 로마 제국 멸망에도 전염병이 작용했고,페스트(흑사병)은 중세 아시아와 유럽을 궤멸시켰다.천연두는 신대륙 발견 때 남아메리카 원주민을 떼죽음으로 몰아넣었다.외부 침략자를 따라 오가면서 전파된 괴질,역병은 전쟁 그 자체보다 훨씬 두려운 존재였다.그러나 인류는 결국 전염병을 극복하고 문명을 발전시켰다.문제는 어떻게 인간성을 지키고,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극복하느냐이다.

그 요체가 이웃과 공동체를 챙기는 나눔과 배려가 아닐까.며칠전 강릉경찰서 북부지구대에는 저소득 어르신들 마스크 구입에 써 달라며 빈병을 팔아 모은 돈 22만6000원을 두고 간 익명의 천사가 있었다.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시민사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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