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투표 앞둔 만 18세 유권자
촛불로 민주주의 경험한 세대
선거연령 하향 놓고 찬반의견 여전
청소년 유권자 교육 확대 시행 필요
우리사회 교육정책 변화 필요성 공감
똑같은 시민으로서 목소리 들어주길


“정치를 잘 모르는 학생들도 있어요.하지만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모든 청소년을 일반화하면 안되죠.참정권이 생기고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어요.기회가 주어지니 관심이 생겨요” 만 18세로 선거가능 연령이 낮아지면서 투표권이 생긴 강원도내 유권자는 1월 기준 5025명이다.전국적으로는 53만여명.이달 15일 시행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도내 만 18세 유권자 12인에게 그들의 ‘생애 첫 선거’가 갖는 의미와 찬반 의견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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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민주주의 필요성 실감” VS “정치적 미성숙 부작용 우려”

2002년 3월생인 신효빈(18·춘천 성수여고)씨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으로 선거권을 얻은 만 18세 유권자다.스스로를 정치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라고 소개한 신씨는 지난해까지 춘천시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주제로 활동했다.2018년에는 춘천 명동 시내에서 교육감 모의투표 부스를 진행했다.“초등학생들도 나름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신씨는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청소년들이 투표할 수 있게 부스를 운영했다.

2017년 고교생일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박채린(18·춘천·인하대)씨는 집회에 참여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웠다고 말했다.“빨리 투표 하고 싶었어요.저희는 촛불을 경험한 세대잖아요.집 앞에서 열린 탄핵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실감했어요.우리나라 시민들이 가진 힘이 있는 것 같아요.4·19 혁명,5·18 민주화운동,6월 항쟁도 시민들이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운 역사잖아요.”

고교 1학년 때는 선거연령 하향을 주제로 토론대회에 참가했다는 박씨는 “주민등록증 발급,병역 의무,납세 의무,운전면허 취득 등 만 18세부터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나 의무가 많은데 왜 선거는 만 19세부터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어요.토론을 위해 찬반 입장을 모두 공부하면서도 선거연령 하향 찬성에 더 설득됐다”고 말했다.

선거연령 하향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김준형(18·춘천·동서울대)씨는 지난해 춘천 청소년문화의집에서 활동하면서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시민 의견을 묻는 캠페인을 했다.청소년들은 찬성이 많았지만 20~30대들은 반대가 많았다.정치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씨는 반대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아직 투표를 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해요.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해준다는 후보를 뽑을 사람도 있을 것 같고요.저라도 그런 사람을 뽑을 것 같아요.문제는 그런 투표가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2002년 2월생인 김민지(18·춘천여고)씨는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하지만 반대 측의 주장에도 공감한다고 답했다.김씨는 “스스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소신 있게 해야 하는데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흔들릴까 봐요.아직 누굴 뽑을지 정하지 못했어요.중요한 일이니 신중하게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생애 첫 선거 12명 중 9명 “지지후보 못 정했다”

12명의 유권자 중 3명을 제외하고는 투표할 후보를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이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할까.방유진(18·원주 치악고)씨는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에 대해 강력한 해결 의지를 가진 사람’,우세인(18·춘천·강원대)씨는 ‘비리 없이 깨끗한 정치를 할 사람’,이제희(18·춘천·건국대)씨는 ‘과거의 행실’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장용원(18·춘천 강원고)씨는 결정은 못했지만 호감 가는 후보는 있다고 전했다.“다른 언론사 인터뷰에서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을 말하는 영상을 찍었어요.후보자 토론회에서 영상을 보고 제 질문에 답한 후보가 있다고 들어서 이미지가 좋아졌어요”

유권자들 모두 만 18세 유권자들의 투표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남유진(18·성수여고)씨는 “선거 관련 자료의 용어나 개념들이 청소년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것 같다”며 “이해하기 쉬운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뉴스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신씨는 뉴스를 비판적으로 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선거는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뉴스를 비판적으로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대학생 김승연(18·춘천·청강문화산업대)씨는 “선거 관련 수업을 일회성 강의로 다루지 말고 비중 있게 교육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김민광(18·춘천 성수고)씨는 “사회 교과목에 사회 문제·지역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해 청소년들이 꾸준히 국가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 가장 큰 관심분야 ‘교육정책’,공약 반영은 “실망”

만 18세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교육정책’이었다.12명 중 5명의 유권자가 우리 사회에서 변화가 필요한 분야로 먼저 교육정책을 꼽았다.김민광씨는 대입에만 초점이 맞춰진 교육제도를 비판했다.“청소년들의 삶이 대입에 맞춰져 있으니 목표로 하던 대학에 들어가기 어려워지면 방황이 커지는 것 같아요.대입 그 자체보다는 대학 진학을 통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밖에 통학권 개선(신효빈),여성이슈 정책(남유진),청소년 복지(김준형),일자리 문제(장용원),아동·청소년이나 여성 대상 범죄의 처벌 강화(김아란·방유진),청소년들의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김승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관심사가 반영된 공약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는 유권자들이 없었다.남유진씨는 그 이유로 청소년 유권자가 적은 점을 꼽았다.“청소년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투표가 가능한 청소년이 극소수여서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요”

청소년들의 의견이 한국 정치에 반영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까.최지애 춘천시청소년수련관 팀장은 “청소년들을 성인과 똑같은 시민으로 본다면 그들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당에 청년위원회가 있는 것처럼 청소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정책연구대상을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등 정당 차원에서 청소년정책을 발굴할 수 있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가영·김민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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