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조기에 실시하자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배경엔 명분론과 현실론이 겹쳐 있는 것 같다. 명분은 내년 월드컵 축구대회와 지방선거의 일정이 같다는 점이고, 현실적으로는 여야 정당들이 지방선거 이후 전개될 대선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 시기를 피해 지방선거를 빨리 실시하는 것이 좋다는 명분론은 여야 각당이 전당대회를 치른 뒤 대권주자를 내세운 뒤 치러진 지선의 성공 혹은 실패가 대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여 대권 후보자 선정 이전에 지선을 치르는 것이 좋다는 현실적 이유를 감추기 위해 정치권이 내세우는, 말 그대로 명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선과 월드컵이 겹친다면 어느 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는 일단 조기 지방선거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 지나친 혼란을 불러와서는 안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가령 후보와 정당이 사활을 걸고 과열 선거 운동을 한다든가, 그것이 마치 준(準)대선의 양상을 띄고 정당과 후보자 간 이전투구로 전개된다면 대선이 끝날 때까지 오히려 더 긴 시간 동안 혼란을 불러올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또 3∼4 개월 전에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미리 선출해 놓을 경우 신구 공존에 따른 업무 혼선 등의 후유증도 걱정된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예상되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최근 몇 달 내에 완벽히 준비하기 바란다.

또 하나,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단체장 공천 배제 논의에 관심 갖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우리는 단체장 후보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방자치제에서의 단체장의 역할을 논한다면 다분히 정치적 색깔이 없다 못할 것이나 단체장은 어디까지나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쪽에 비중을 둬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정 지역의 단체장이 정치적 이해 때문에 뜻하지 않은 이(利)와 본의 아닌 해(害)를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음을 보아왔다. 중앙정치권의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방 행정과 지방주민의 삶의 질과 방향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정치에 초연하고 중앙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단체장의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정당 공천의 고리는 이번을 기회로 끊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아직 경제 불안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은 슬기롭게 대처하여 바람직한 제도를 도출하여 지방선거가 예정보다 빨리 시행될 경우라도 큰 혼란 없이 무난히 치러지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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