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 특별법'의 위헌 시비를 놓고, 폐광지 도의원들이 헌재(憲裁)에 제출한 의견서는 폐광지 주민들의 요즘 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내국인 카지노가 생기게 된 '절박했던 배경을 이해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막상 카지노를 열어놓고 보니 '결코 황금 알만 낳는 거위가 아니더라'는 속사정도 드러내놓고 있다. 헌재에게는 '폐광지 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법 해석의 잣대로만 재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다른 폐광지, 타지자체에게는 불필요한 카지노 유치경쟁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폐광지역에 한해 내국인 카지노사업을 허용한 폐광지 특별법 제11조 1항이 '국민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요지로 지난해 11월 문경시발전연구소가 낸 위헌소송을 다시 거론하는 이유도 이 의견서의 '호소'와 '당부'가 너무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이 의견서에서 카지노 사업 유치가 주민들이 쟁취이지, 결코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은 다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폐광지 특별법'은 폐광사태로 극심한 지역공동화현상이 빚어지고, 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지난 93년부터 3년에 걸친 주민들의 끈질긴 대정부 설득으로 따낸 주민 몫이라는 것이다. 지금 지역에서 타지역의 카지노 유치 운동에 대해 '무임승차적 발상'이라고 반발하는 데 대해 '마치 기득권 주장하는 것 같다'는 일부 반응이 없는 건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주민들의 그런 주장은 일리가 있다. 사실 이는 태백시민 궐기대회, 서울의 갱목집회, 광산노동자 막장 농성, 삭발·단식 농성, 누구나 싫다고 하는 핵폐기물장 유치결의까지 생존권 투쟁 대가로 얻어낸 결과물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지노를 유치해 놓고 지금 지역주민들이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주장도 타지역의 카지노 유치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엄살'이나 '회유'로 평가절하하지 말아야 한다. 정선 카지노 개장이래 이 좁은 골짜기에 전당포만 40여 개가 들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이 지역에서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폐해가 빚어지는지 가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헌재가 '폐광지 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법리적 해석으로만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만일 이 법을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전국의 모든 폐광지에서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 전국토를 도박장화하는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내국인 카지노는 이미 그런 사회적 폐해를 감수하는 것을 담보한 정선카지노 하나로 족하며, 국민정서에 비춰 보더라도 도박장이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카지노 유치운동을 벌이던 몇몇 지자체가 최근 이를 심사숙고하기로 한 자세 전환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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