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이라도 깨끗이 청소하고, 가난한 집 여인이라도 깨끗이 머리 빗으면 비록 요염하게 아름답지는 않다 할지라도 기품(氣品)과 풍도(風度)는 절로 배어나게 된다. 선비가 한때 곤궁함과 적막함을 당할지라도 어찌 문득 스스로를 자포자기 하리오” 중국 명나라 말기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어록집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이다.

채근담은 인간관계와 처세의 기본규범을 제시한 일종의 인생지침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새삼 채근(菜根)의 어원을 더듬어보면 그 구구절절이 한층 명료해 진다. 채근담은 송나라 왕신민(汪信民)의 소학(小學) ‘인생능교채근즉백사가성(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제사(題詞)에 다시 설명하기를 ‘저자의 청렴한 생활과 부단한 인격수련과 인생의 온갖 신고(辛苦)를 겪은 뒤 체험에서 우러난 주옥같은 지언(至言)’이라 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품위란 바르고 착실한 이지(理智)에서 태어나는 위엄”이라고 했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품격이란 것이 있는데, 모든 꽃의 향기가 늘 신선하지 않듯 사람도 마음이 맑지 못하면 품격을 보전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다시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오히려 그 냄새가 고약하다”며 품위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가 직장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 달 평균 22만원을 품위유지를 위해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출 유형별로는 남성은 각종 회식비용을 포함한 친목 유지, 여성은 의류 구입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를 어디에 쓰든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이 정도면 상식으로 수긍되는 결과다.

최근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을 두고 시끄럽다. 지방의회는 당초 무급 명예직으로 출발했으나 전문적인 의정활동과 최소한의 품위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지난해 유급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1년 만에 일부 지역에서 100%에 가까운 인상률과 더불어 절차상의 문제점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반발 여론이 거세다. 급기야 행정자치부가 오는 7일 문제지역에 현지조사에 들어간다. 무절제와 과욕이 오히려 지방의회의 품위를 훼손하고 만 것이다. 김상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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