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어제(12일) 34년간의 일산동시대를 마감하고, 무실동으로 청사를 옮겼다. 지난달 인구 3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신청사 입주의 겹경사를 맞은 것이다. 원주시는 최근 도시 규모가 지속적으로 팽창했고, 행정수요도 동반 증가했다. 일산동 청사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명륜1동에 제2청사를 두고 두 집 살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청사가 들어 선 무실동(茂實洞)은 그 지명이 뜻하는 바 ‘무성한 과실’이 기대되는 명당(明堂)이다. 원래 원성군 흥업면 무실리였으나 지난 1973년 원주도심의 확장에 따라 대통령령(6542호)에 의거, 원주시로 편입됐다. 신청사 자리는 봉화산(鳳華山)을 주산(主山)으로 좌우의 백운산(白雲山)과 포복산(胞腹山)을 든든한 배경으로 삼고 있다.

동방풍수과학원 이주한 원장은 신청사 입지를 ‘박대복해형(博帶伏蟹型)’, 다시 말해 ‘띠를 두르고 엎드린 바닷게의 형국’이라고 풀이했다. 청사 자리가 게 몸통에 해당하는 명당이며, 북서고(北西高) 남동저(南東底)의 능선을 이룬 배산(背山)은 바로 게의 집게다리 격이다. 바로 엄청난 위력으로 먹이를 긁어 모으는 게와 같이 느리지만 오랜 세월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재물을 증식해 나갈 수 있는 대부지지(大富之地)라는 것이다.

아무리 덕담과 치사라고 하더라도 허언(虛言)이 드러나고 과장(誇張)이 도를 넘으면 오히려 비례(非禮)가 될 것이지만 원주시가 성장하는 모습은 시운(時運)과 지리(地理)의 아귀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원주시는 도내서는 처음으로 인구가 30만을 넘어선 데 이어 기업도시와 혁신도시까지 잇따라 유치 그 기세가 자못 힘차다. 이제 신청사 이전으로 원주시는 외형성장에 걸맞는 행정서비스의 수용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제 시세(市勢)의 성장에 걸맞는 리더십과 전 시민의 지혜와 열정이 어우러진다면 인화(人和)까지 얻는 셈이 된다. 예전 같으면 천하제패의 기운이 조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20년 무렵 원주시의 인구는 50만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무실동은 농경지가 넓고 비옥, ‘만대(萬代) 마을’로도 불렸는데, 결코 허명(虛名)이 아닌 것이다. 원주시의 힘찬 새출발에 축하를 보낸다. 김상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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